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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불가피… “국고 지원 20%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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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불가피… “국고 지원 20% 지켜야”

입력
2019.10.02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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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시대 장기요양보험] <하> 재정 확충 방안은

연도별 장기요양보험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 등. 그래픽=송정근 기자
연도별 장기요양보험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 등. 그래픽=송정근 기자

부산에 사는 이춘혜(62)씨는 지난해 가슴이 철렁한 경험을 했다. 경증 치매인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이씨가 잠시 집을 비웠다 들어오니 집 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아버지가 물을 끓이다 깜박 잊었는지 주전자가 불에 탄 것이 원인이었다. 전에도 장시간 외출을 하지 못했던 이씨는 그 이후 하루종일 집 안에서 아버지를 돌보면서 심신이 지쳐갔다. 하지만 지난해 아버지가 건보공단에서 치매4등급 판정을 받고 동네 주ㆍ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후 두 사람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이씨의 아버지는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재미를 붙여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이씨는 낮 시간 동안 자유를 얻었다. 현재 이씨는 센터에 식재료, 비급여를 포함해 월 30만원가량을 낸다. 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로 센터에 지급하는 금액(식재료, 비급여 제외)은 이씨가 내는 돈의 4배 정도 된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하면서 건보공단은 지난해부터 거동이 가능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치매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노노(老老) 학대’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장기요양보험 재정엔 부담이 됐다.

1일 건보공단의 연도별 재정수지 현황을 보면,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입은 6조657억원, 지출은 6조6,758억원으로 당기수지는 6,10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432억원, 2017년 3,293억원에 이은 3년 연속 적자로, 적자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누적준비금(1조3,698억원)이 아직 남아 있지만 재정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202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보고서’(2018)에 따르면 보험료율이 향후 10년간 올해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누적준비금은 2022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대책 마련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복지 분야 2개 인구정책 과제로 △노인복지정책의 지속가능성 제고 △장기요양보험 재정안정화의 2가지를 선정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국고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장기요양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돼 있지만 올해는 18.4%에 지나지 않는 등 최근 5년간 평균 18.3% 수준이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정부가 법대로 20%를 확실히 지원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 요구가 현실화하면 지원금이 연 800억원 가량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건강보험료율에 8.51%(올해 기준)를 곱하는 장기요양보험료율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0~2017년 6.55%로 동결됐으나 2016년 첫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7.38%, 올해 8.51% 로 인상됐다. 2년 연속으로 보험료가 인상됐지만 공단 부담이 여전히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다. ‘201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월 평균 보험료는 세대당 7,599원이었지만, 수급자 1인당 월 평균 공단부담금은 108만원에 달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매년 명목 임금인상률 수준(3∼4%)으로 올리면 2021년부터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누적준비금도 2027년 5조9,626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율을 매년 소비자물가인상률 수준(1~2%)으로 인상하면 연간 당기수지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지만 적자폭이 1조원 이하로 유지되면서, 누적준비금 소진시기는 2년 지연된 2024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법정 지원금을 제대로 내는 것을 전제로 국민들에게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한다고 제안한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전공 교수는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전체 예산의 20%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 도입 이후 이것을 채운 적이 없다”며 정부의 법정지출 의무 이행을 주문한 뒤 “노인 돌봄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점점 돌봄 대상 연령으로 편입되는데, 이를 필두로 해서 ‘서비스 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질 것”이라면서 “비용을 더 부담해서라도 안심하고 돌봄 받는걸 원한다는 주장이 공론화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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