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하>확산과 폐해 막으려면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김주희 연구교수 인터뷰 
 적발 여성에 벌금 물리면 또 성매매 내몰려, 여성 처벌 말아야 
[저작권 한국일보]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김주희 연구교수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이렇게 많은 성매매 오피스텔이 유지되는 이유요? 한국 사회에서 특이한 남성들이 성매수를 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남성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에요.” 성매매 산업의 경제적 매커니즘을 연구해온 여성학자 김주희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사회의 성차별적인 문화에서 성매매만을 떼어내 근절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남성의 성매수는 정상적인 남성 발달과정 가운데 있어서 군대갈 때 성매매 업소 보내주고, 회식 때 성매매 업소 같이 가는 걸로 이뤄지죠. 성매수로 검거된 남자들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나는 가기 싫었는데 일행이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고 합니다. 남성들간 함께하는 문화, 소위 ‘남자되기’의 실천이라는 거죠.”

 성매매 집결지들이 시내 오피스텔로 숨어들면서 우리 눈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에 넘치는 성매매 후기들은 ‘누구나 돈만 내면 여자를 살 수 있다’는 상상을 강화시킨다고 김 연구교수는 지적했다. “후기들은 ‘내가 어떤 아가씨를 만났는데 어떻게 생겼더라, 어떻게 반응하더라’며 여성 특징을 세분화해 대상화하고, ‘어제 내가 거길 가봤는데, 몇 시에 가 봐라’는 등 성매매 업소 정보를 공공연하게 공유하죠. 이런 후기들이 올라오는 사이트는 주로 포르노 공유사이트 등입니다. 한국에서 포르노그라피도 불법이지만, 소위 ‘야동’은 국민MC도 TV방송에서 대놓고 말할 정도로 보편적이죠.” 남성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여성을 품평하고,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유출하는 사건들과 성매매가 모두 거대한 성차별적 문화의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성 상품화 문제입니다. 티켓다방에서는 여성이 차를 배달하고 테이블에 신문 깔아주고, 아침에 남성들을 맞아주는 등 ‘공공의 와이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요. 성산업 속에서 여성은 ‘여성답게’ 행동하며 남성성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중에 성매매는 남성의 성욕을 생산하는 무수히 많은 사업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죠. 섹스중심적인 성매매 근절 이야기만 해서는 바꿀 수 없고, 결국 성차별적인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차원으로 논의가 확장돼야 합니다.”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연구교수는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역사적으로 공창제가 성병을 통제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성만 통제하고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찍어온 경험이 있어요.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화시키는 성산업에서, 성매매 합법화는 성차별을 더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성매매 합법화를 하면, 여성이 성 판매를 직업으로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기만적인 믿음일 뿐이에요.”

그는 ‘성노동이냐, 성폭력이냐’는 성매매 논쟁에 대해 각각의 진영을 어느 세력이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보는 주장에는 ‘성적 타락’의 개념에서 이를 비난하는 교회 등 보수주의자들이, 성노동으로 보는 입장에는 성매수 남성들이 가장 큰 지지자라는 것이다.

2004년 마련된 성매매특별법은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시민사회 노력이 해결 의지를 가진 김대중 정부를 만나 일군 결실이었다. 성매매특별법을 통해 ‘성매매’라는 단어를 관철시킴으로써 과거 윤락녀라고 불린, 즉 ‘윤리가 땅에 떨어진 여성들’의 문제를 넘어 성이 매매되고 있는 사회 구조 문제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을 판매한 여성이 처벌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연구교수는 “성매매 산업은 가난한 여성이 노동을 하기 위해 미용 등에 돈을 써야 하는 대표적인 빈곤산업”이라며 “이런 구조 속에서 성매매 여성이 벌금 등 처벌을 받으면 이를 벌충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 처벌규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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