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결국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무상교육 확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에 더해 지난해 9월 물가상승률이 2.1%를 기록한 기저효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5.20ㆍ2015=100 기준)는 지난해 같은 달(105.65)보다 0.4% 하락했다.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로 떨어진 뒤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다 지난 8월 0.04% 하락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공식 지수로 0.0% ‘보합’이었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2% 떨어져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흉작으로 농산물 물가가 8.6% 뛰었지만, 올해는 주요 농산물 품목이 풍작을 기록해 기저효과가 컸다. 무(-45.4%), 파(-35.7%), 상추(-37.1%)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다만 최근 불어 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로는 소폭 상승했다.
정부정책에 의한 일시적 요인도 물가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고교납입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하락했으며, 학교급식비도 같은 기간 57.8% 떨어졌다. 병원검사료와 보육시설이용료도 각각 10.3%, 4.3% 하락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은 전월 대비 5.9%(9월25일 기준)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까진 돼지열병이 돼지고기 가격 급등을 초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돼지열병 확산 여부에 따라 가격이 변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통계청은 최근 저물가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 기저효과까지 작용해 마이너스 상승률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초의 마이너스 상승률이지만 고교 무상교육 정책과 농산물의 기저효과 확대 등으로 인한 정책적,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일시적 요인 등으로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0.6%에 그쳐 최근 저물가에 소비자들의 심리 위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근원물가 상승률 0.6%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9년 9월 0.3%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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