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검찰권 행사에 ‘촛불 집회’ 역풍
둘 중 어느 한 명만 살아남기 어려워져
‘검찰개혁’ 요구 민심에 檢부터 앞장서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7월 25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과 환담하는 모습. 류효진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에서 타오른 대규모 촛불집회는 수사 장기화와 무리한 수사 관행이 부른 민심의 역풍이다. 권력형 비리가 아닌 개인적 의혹에 한 달 넘게 수십 명의 검사를 동원한 것은 전례가 드물다. ‘검찰의 시간’을 길게 가지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던 검찰은 무참해졌다.

통상적인 장관 인사청문회가 ‘사태(事態)’로까지 비화된 계기는 뜻밖의 검찰 개입이다. 청문회 여야 검증에 이은 대통령의 임명권 구도가 헝클어졌고 여기에 인물의 상징성, 검찰 개혁, 총선 정국 등의 복잡한 변수들이 얽히면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두 주역인 조국과 윤석열은 ‘운명 공동체’로 엮이게 됐다. 둘이 모두 살거나 죽을 수는 있어도, 어느 한 명만 살아남는 상황은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조 장관 사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사법적 측면과 정치적 고려가 있다. 조 장관은 먼저 비리와 불법이 드러나 기소되면 바로 물러나야 한다. 행여 ‘공무원은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지 않는 한 공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국가공무원법 69조를 들고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조 장관이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부인의 신병 처리는 정치적 고려 요인이다. 부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조 장관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텐데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영장이 기각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물론 영장 기각이 ‘혐의 없음’은 아니지만 ‘위법의 중대성’이 크지 않다는 일차적 사법 판단이라는 점에서 거취 논란은 해소된다.

조 장관 용퇴 문제는 그 자신보단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려되는 건 ‘촛불집회=조국 수호’라는 오판이다. 만일 조 장관 의혹이 다수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는데도 청와대가 무리하게 지키려 할 경우 여론은 또 한번 출렁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거대한 촛불’은 이번 수사를 지켜본 많은 국민이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검찰의 힘’을 체감하고 위협감을 느낀 데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모든 국민에게 일깨우는 데는 어쨌든 조 장관의 역할이 컸다.

조 장관 거취와 함수 관계인 검찰 수사의 적절성 여부는 엄격하게 짚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큰 논란은 부적절한 수사 착수 시기인데, 전해지기로는 윤 총장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특수수사통’의 촉으로 사모펀드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증거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 감각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이나 국회의 권한 침해에 대한 정무적 감각은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적폐수사’를 맡아 두 명의 대통령을 구속시킨 경험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 원칙을 소거시켰는지도 모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니 그 후의 수사가 과잉으로 흐르는 건 예견된 수순이다. 강제 수사 시기 논란이 일자 어떻게든 조 장관 가족 의혹을 밝혀내려다 보니 인권 침해와 ‘먼지 털기’ 수사로 이어진 것이다. 검찰의 구조상 특수부 검사들은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 속에서 조직의 손발이 돼 열심히 파헤친다. 끊임없이 상관과 조직에의 충성을 요구받는다. 윤 총장이 수장에 오른 후 특수부 검사들의 약진이 이를 웅변한다.

윤 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 ‘공익적 필요에 따른 합당한 수준’은 빈말이 돼버렸다. 검찰 수장으로 수사를 진두 지휘한 윤 총장은 이 모든 상황에 책임질 의무가 있다. 전직 검찰총장 중 검찰 내부에서 가장 존경받는 이명재 전 총장은 재직 당시 신승남 전 총장 등을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실망드리는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 윤 총장에게도 그런 ‘결기’가 필요할 듯 싶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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