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30ㆍ대방건설)의 ‘서른 잔치’가 뜨겁다. ‘5년마다 한 번’ 하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우승을 올해만 두 번 거머쥐었다. 올해 LPGA 최저타수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전 라운드 선두) 우승까지 기록한 그는 내침 김에 국내 무대에서 시즌 3번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허미정이 30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내아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클럽(파72ㆍ6,45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무결점 플레이로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만 4개를 넣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낸 그는 자신의 역대 최저타수와 동률인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허미정의 우승 과정은 완벽 그 자체였다. 9언더파 63타로 마무리한 1라운드에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넣었고, 강풍 속에 치러진 2라운드부터도 보기(3개)와 더블보기(1개)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바람이 심했던 2라운드땐 “바람을 이기려 하지 않고 즐기려 했다”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허미정은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의 첫 우승 이후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클래식에 이어 지난 8월 스코틀랜드 오픈을 우승하면서 생겨난 ‘우승 5년 주기설’도 조용히 잠재웠다.
이날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허미정은 3라운드까지 단독 2위였던 마리나 알렉스(29ㆍ미국)가 3번과 7번 홀에서 1타씩 잃는 바람에 비교적 편안한 최종 라운드를 치를 수 있었다. 허미정은 4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 알렉스와 격차를 4타로 벌렸고 9, 10번 홀은 연속 버디를 발판 삼아 2위에 5타 이상 차이로 훌쩍 달아났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 들어갈 때 2위와 격차는 무려 4타였다. 퍼트 수도 나흘간 26, 29, 24, 28개로 안정적이었다.
그는 대회 전통에 따라 자동차 경주장 출발ㆍ도착지점을 벽돌로 만든 ‘벽돌마당’에 입을 맞추고, 우유를 마신 뒤 머리에 부었다. 이 대회 장소가 미국 유명 자동차 경주 ‘인디500’이 열리는 모터스피드웨이 부설골프장인데다, 1956년부터 미국 낙농업계 후원으로 대회를 운영하다 보니 우승자에게 요구되는 세리머니가 독특하다.
허미정은 남편과 살고 있는 텍사스로 이동해 3일 개막하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 출전한 뒤 10월 말엔 부산으로 이동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올해 우승했던 두 대회에 동행했던 남편은 남은 대회도 함께 다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회 후 인터뷰에서 “대회 개막 전날 남편과 숙소 근처 식당에서 치폴레(훈제 고추로 만든 멕시코 요리)를 먹은 뒤 성적이 좋아 매일 저녁 같은 식당을 찾았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10월 시댁이 있는 부산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