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 4촌 이내 친인척 192명… 의심 사례도 72명 적발
김태호 사장 해임 통보… 서울시 “동의 못해” 재심의 청구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제로(zero)화 정책과 관련해 산하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다며 감사원이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할 것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7급보로 전환된 직원들이 전원 7급으로 승진할 때까지 발생하는 결원을 기간제로 충원토록 한 방침이 지방공기업 수장으로서 일반직 채용기회를 제한한 것이라고 봤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청구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공익감사를 계기로 실시됐다. 앞서 서울교통공사가 비정규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의 친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 결과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직원끼리 친인척 관계라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 중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내부위원 면접만을 거쳐 들어온 ‘불공정 채용’ 의심 사례도 72명(5.6%)으로 파악됐다. 192명이란 숫자는 당초 공사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체조사결과(112명) 보다 80명 더 많은 것이다. 감사원은 또 서울교통공사가 일체의 평가절차 없이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해 입직경로가 불공정하거나 근무태만 등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도 부당하게 편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교통공사 전신인 서울메트로는 2017년 전동차 검수지원 분야와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 분야의 무기계약직 공개 채용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사유로 여성지원자 6명의 면접점수를 과락인 50점 미만으로 일괄 조정해 합격권이었던 지원자들을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대신해 불합격했어야 할 남성지원자 1명이 채용됐다.
서울시는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일반직 전환대상자 중 공사 내 친인척이 있는 직원들에게서 채용 비리와 관련된 위법성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직 전환에서 별다른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재심의를 청구하기로 했다. 감사원의 지적이 노동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사장 해임 통보에 대해서도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다만 시는 “여성 응시자 점수조정 등 개인적 일탈 및 직원 과실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직원교육, 제도개선, 재발방지 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해서도 부당한 채용업무를 한 관련자 72명(27건)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고, 이 중 29명은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들 기관에선 친인척 관계에 의한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5년 직장예비군 참모를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하면서 당시 임원의 조카사위를 합격자로 최종 선정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선 비정규직 채용전형에서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공사 직원이 자신의 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정부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그동안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공공기관 채용 실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비리 연루자에 대한 엄격한 제재, 부정합격자 퇴출 및 피해자 구제를 추진해왔으며, 제도적 흠결과 모순도 적극적으로 개선해왔다”며 “이번 정부 임기 내내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감사 결과를 상세히 분석해 감사원 지적사항과 유사한 불공정 채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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