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7일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광주시도시공사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윤영렬 광주시감사위원장의 ‘약한 고리’를 정면으로 겨눈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지난 5일 정 부시장과 윤 감사위원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들의 주거지까지 추가 압수수색한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착수 5개월이 지나 이뤄진 압수수색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일단 도시공사의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자진 반납 경위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 과정에 광주시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뼈대다. 애초 광주시 입장에선 도시공사는 ‘버리는 카드’가 아니었다. 시는 지난해 12월 14일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 중 도시공사의 비공원시설 (건폐율ㆍ용적률) 규모에 대한 평가 부적정 사항 등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감사위원회는 도시공사가 공원 부지를 택지로 조성해 민간주택건설업체에 되파는 땅장사 방식의 사업을 제안한 만큼 비공원시설의 건폐율 등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한 데도 점수(12점)를 준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 이 평가 항목을 0점 처리하도록 했지만 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띠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처지에 놓였던 도시공사는 기사회생했다. 이를 두고 당시 시가 감사 결과를 뒤집으면서까지 도시공사를 밀어주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더구나 이용섭 광주시장의 측근인 광주시 정무특별보좌관 K씨가 감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감사위원회의 도시공사에 대한 특정감사결과에 입김을 넣으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터였다. 이처럼 도시공사 밀어주기 논란이 거세지자 도시공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반납을 결정했다. 시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를 종용했을 개연성은 있는 셈이다.
검찰은 시와 도시공사가 부적절한 사업 방식이라는 지적을 받은 땅장사 방식의 사업을 고집한 과정 등도 살펴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도시공사가 비공원시설 부지를 택지로 개발한 뒤 특정 건설업체에 팔려고 한다”는 뒷말이 돌았다는 데 의심 어린 시선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은 검찰이 도시공사의 사업 방식 결정 과정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반납을 전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큰 그림’의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비리 의혹을 고발한 지 다섯 달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이어서 수사의 실익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 사업 추진 실무를 맡았던 도시공사 간부가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PC)가 지난 4월 9일 교체됐다. 광주경실련이 고발하기 1주일 전이다. 도시공사는 “해당 간부가 쓰던 PC가 노후해 교체한 것으로, 이는 작년 말 관련 예산을 확보해 수립했던 PC 교체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교체된 PC를 물품 및 재산관리를 담당하는 재무회계팀에 반납하지 않은 데다, 재무회계팀도 새 PC를 지급하면서 어떤 PC가 교체됐는지 등 사후관리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이 간부가 사용했던 PC를 찾아내 하드디스크를 복사해 가져갔지만 이 하드디스크에 민간공원 사업 관련 핵심 자료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교체된 PC 하드디스크가 포맷(초기화) 됐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정 부시장과 윤 감사위원장 등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이 뭔가 이들의 새로운 혐의를 잡았기 때문에 실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 사업 관련자들 사이에 주고 받은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추적도 병행해 온 터라 상당한 단서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