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시비를 건 이웃 남성을 죽도(竹刀)로 때려 갈비뼈 두 대를 부러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정당방위로 판단했고, 재판부도 이를 수용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오상용)는 특수상해, 특수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후 8시 45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세입자인 남성 이모(38)씨와 그의 어머니 송모(64)씨에게 각각 전치 6주와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마당에서 빨래를 걷던 김씨 딸에게 “싸가지 없게 인사도 안 한다”며 욕을 했고, 딸은 김씨를 부르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를 본 송씨가 “너 들어가면 우리 아들 죽어”라고 말하며 딸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10여 분간 실랑이를 했다.
이 모습을 본 김씨가 현관에 있던 1.5m 길이의 죽도를 들고 나와 이씨를 한 차례 때렸다. 재차 때리려고 할 때 송씨가 막아서는 바람에 죽도가 송씨의 팔에 맞았고 이 과정에서 이씨가 넘어지면서 갈비뼈 두 대가 골절됐다.
김씨 측 요청으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 7명은 만장일치로 김씨의 행동이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21조 3항은 야간이나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죄를 묻지 않도록 규정했다. “김씨가 이씨를 수 차례 때렸다”는 검찰 측 주장과 달리 배심원단은 김씨가 이씨를 한 차례 가격한 것으로 봤고, 이씨의 갈비뼈 골절도 김씨 때문이 아니라는 데 모든 배심원들이 동의했다.
재판부는 “이씨와 송씨의 행동은 피고인 딸에게 위협적이었다”며 “지병으로 몸이 좋지 않은 피고인은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로 방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방위행위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기 어렵고, 야간에 자신의 딸이 건장한 성인 남성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는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당황 또는 흥분 등으로 인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은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피고인이 무죄라고 평결했고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춰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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