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휴게소는 오아시스와 같다. 급한 용무도 보고 쉬기도 한다. 배고프면 허기도 해결할 수 있으니 반갑다. 그런데 음식 값이 꽤 비싸다. 내가 직접 주문하고 음식을 받고 나중에 반납까지 하는데 일반식당보다 비싸다. 라면 하나에 5,000원 받는 곳도 있다. 강남의 분식점보다도 비싸다. 맛도 별로다. 거기 말고 대안이 없으니 싫으면 관두라는 심산이다. 울며 겨자 먹기다.
어떤 국회의원이 휴게소를 들렀다가 그걸 보고 격앙했단다. 아마도 그가 고속도로 다닐 일이 별로 없었거나 라면 먹을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늘 겪는 일인데. 늘 고개를 갸웃거리며 분노하는 일인데. 그래서 캐보니 수수료가 40% 안팎인 곳도 많아서 그 가격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란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통째로 임대하는 기업은 땅 짚고 헤엄치는 셈이다. 든든한 뒷배도 있을 것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를 아무나 가질 수는 없을 거라는 건 합리적 의심이고 추론이다. 눈치 볼 것, 두려울 것 없으니 제 마음껏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그러니 5,000원짜리 라면까지 나온다. 그걸 고치는 게 정의고 진정한 민생경제 아닐까? 검찰은 뭐하고 있는 걸까?
검찰 기세가 대단하다. 직속 상관인 법무부장관에게 정면으로 칼을 겨눴다. 탈탈 턴다. 살아 있는 권력을 그렇게 철저하게 파헤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으니 검찰의 환골탈태로 봐야 할지, 아니면 자신들을 개혁하려는 주체에 대한 집단적이고 집요한 저항으로 봐야 할지 애매하다. 대통령이 해외로 나가는 날 11시간의 압수수색을 한 건 최고 권력에 대한 배려인지, 뒤통수인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분명한 건 이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수사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장관이 죄를 지었다면 물러날 일이다. 바쁜 검찰들이 떼 지어 덤벼든 건 그런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수사 상황과 기밀을 자기 편 들어줄 국회의원과 언론에 흘리는 따위의 ‘공작’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걸 보면 독점 권력과 이익에 대한 집착으로 보이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은 자신들이 대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최후의 전사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야 한다. 그렇게 선서하고 검사가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정작 자신들이 가장 큰 악의 세력인 적도 많았다. 조직적인 악행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도 너무 많다. 가히 검찰의 나라다. 이 나라의 정의는 그들의 이해에 따라 좌우되는 일이 허다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지만 그 속내는 ‘10,000인’에게만 해당되는, 그들만의 행복이고 정의가 아닌지 시민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재벌에 휘둘리고 국정원과 거래하며, 심지어 법원과도 그런 시도를 했으며,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 건 또 얼마나 많았는가. 이제 그 부끄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것이라면 굳이 반대할 것도 마다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응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응원 받으려면 더 큰 불의와 불공정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철저하게 응징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거대하고 부패한 부의 세력에도 칼을 겨눴어야 한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검찰은 개혁의 당위에 대해서 대다수 시민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칼자루 쥔 독점적 엘리트 의식에만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낙마해도 좋다. 차제에 모든 악을 발본색원하는 계기로만 삼을 수 있다면. 검찰개혁 그리 어렵지 않다. 전관예우의 악행만 깨뜨려도 절반은 가능하다. 그러니 차제에 장관 집 압수수색 하듯 최근 10년간 퇴직한 판검사 전관예우 전수조사 해서 부당한 과잉 수임료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고 불법과 탈세면 기소하면 된다. 검사장 하다 퇴직하면 한 해에 100억원쯤 수임료를 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게 악의 고리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그것 캐고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목에 스스로 칼을 겨눌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잘 되었다. 이참에 다 캐고 뜯어내자. 그게 검찰이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응원을 받는 길이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게. 그러니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다양한 압수수색을 기대한다. ‘선택적 정의’를 선택하지 말고.
며칠 뒤 나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긴 여정이니 여러 차례 휴게소에 들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을 것이다. 고작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이다. 먹을 건 미리 동네 분식집에서 김밥이나 싸 가련다. 비리가 없고서야 라면 하나에 5,000원을 받을 수는 없다. 그건 화적떼 짓이다. 시민의 행복을 위해 그런 불의를 파헤치고 고치는 것 또한 검찰의 몫이다. 나도 합리적이고 정당한 가격의 음식을 누리고 싶다. 장관 집 수색하듯 고속도로 휴게소 비리 파헤치면 시민들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렇게 해주리라 믿는다. 그러기 전까지는 나는 휴게소에서 오줌만 누고 가련다. 통행료도 냈는데. 나, 참 쪼잔하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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