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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전복에 소주 한 잔 어때요?”…이천희X김혜나, ‘애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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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전복에 소주 한 잔 어때요?”…이천희X김혜나, ‘애월’의 추억

입력
2019.09.30 08:20
수정
2019.09.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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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천희와 김혜나가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영화 ‘애월’ 스틸
배우 이천희와 김혜나가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영화 ‘애월’ 스틸

애월(涯月)은 제주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 중 하나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애월'은 이곳을 배경으로 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쉽게 만나기 힘든 담백한 영화라 더욱 의미가 있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애월'은 대한민국 청춘 남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배우 이천희가 주인공 이철이 역을, 김혜나가 한소월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애월'은 오토바이 사고로 연인이 세상을 떠나자, 남겨진 소월이 그리움에 잠겨 애월을 떠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둘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철이는 소월의 연인 수현이 죽기 전 보낸 편지를 3년이 지나서 받게 되고, 무작정 애월로 떠난다. 소월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철이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애월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두 사람은 수현에 대한 그리움을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하기 시작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천희와 김혜나는 영화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친분이 있는 사이지만, 같이 작업을 한 적은 없다는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했고, 바다에서 서핑을 하다가 인연을 맺었다. 김혜나는 '애월' 대본을 읽자마자 이천희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천희와 김혜나가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영화 ‘애월’ 스틸
이천희와 김혜나가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영화 ‘애월’ 스틸

감독에게 이천희를 적극 추천한 김혜나는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천희는 "배우가 대본 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김혜나가) '오빠 생각나서 연락했다'길래 '너 요즘에 캐스팅 디렉터 하냐'고 물었다"면서 웃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당시 제주도 애월에 있었던 이천희는 "'애월' 대본을 읽어봤는데 놀랐다. 이런 대본이 되게 오랜만이다.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담겨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혜나는 박철민과 최덕문 등 연극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들에게도 직접 출연을 부탁했다. 그는 "선배들한테 빚을 엄청 졌다. 개런티를 제대로 못 드렸기 때문에 빚을 진 거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다행히도 현장은 너무나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배우들이 모두 잘 먹고 잘 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단다. 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1층 식당을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

김혜나가 영화 ‘애월’을 통해 감성적 연기를 선보인다. 퍼즐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혜나가 영화 ‘애월’을 통해 감성적 연기를 선보인다. 퍼즐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천희는 자신이 맡은 철이 역할에 대해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다리아저씨처럼 늘 옆에서 웃게 해줄 수 있는 친구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 인물이고 관계가 좋았다"며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고, 연인만큼 생각하는 친구다. 관객들이 볼 때 '그냥 둘이 만나지' 하는 느낌이 들게끔 그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혜나는 "조금만 잘못하면 영화 속 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으니까 적정한 수준을 지켜야 했다"며 "소월이 아픔이 있는데 드러내지 않아서 좋았다.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잘 견뎌내는 느낌이었다"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정말 사람 사는 얘기를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친구들이 오면 울다가도 얘기하다 보면 깔깔 웃고 그랬다"고 덧붙이며 캐릭터의 심리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애월'은 규모가 크지 않은 영화다.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 중인 이천희는 "'데자뷰'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내가 하면서 뭐 하나는 얻을 수 있을 거 같고,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선택하게 된다. 단순히 소비되는 캐릭터나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는 작품은 고사하는 편이다. '이걸 하면 인기가 많아지고 돈을 많이 벌 거 같아' 하는 생각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천희가 영화 ‘애월’로 돌아왔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이천희가 영화 ‘애월’로 돌아왔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그는 기대를 하면 이후에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일도 생기고, 그래서 즐겁게 작업하자는 주의라고 했다. 따라서 작품의 사이즈나 돈 때문에 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배우는 작품이 없을 때 조바심이 나고 그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게 될 때도 있잖아요. 취미를 가지면 내가 작품 안 할 때 조바심이나 걱정거리를 덜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까 사업까지 하게 됐죠. 이제 (사업을) 더 키워야 하는 거 아니냔 얘기도 주위에서 하는데 처음부터 돈을 벌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생각은 없어요."

김혜나 역시 연기 외의 시간은 취미활동으로 채우며 건강하게 보내는 편이다. 특히 몸 쓰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요가, 서핑, 볼링, 탱고 등을 즐긴다. 나중에 서핑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얘기도 했다. 좋아하는 거로 영화도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웃었다.

"어릴 때는 작품이 없으면 '어떡하지. 연기 인생이 끝난 건가' 하고 술만 먹고 소월이처럼 보내던 시절도 있었어요. 나이를 먹다 보니까 마음가짐이 바뀌더라고요. 연애도 그렇지 않나요. '내가 연애는 무슨' 이럴 때 좋은 사람이 나타나는 것처럼, 작품도 그런 인연이 있는 거 같거든요. 나를 가꾸고 있으면 어느 순간 뭐가 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오는 걸 몇 년 전에 느꼈죠."

김혜나는 후배들에게도 '쉴 때 잘 놀 것'을 조언한다고. 본인 역시 이제는 어떤 작품이 와도 감사하게 받고, 작품이 없을 때도 힘들어 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애월'에 누구보다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김혜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지어지더라. 엄청 재밌고 슬프고 극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지만 계속 미소가 지어지는 영화"라며 "끝나고나서 좀 비싸더라도 전복에 소주를 드시길 바란다.(웃음) 전복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인 거 같다. 치열하게 토론하는 게 아니라 친구랑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그런 영화"라고 전했다.

이 작품이 아날로그 감성이어서 너무 좋았다는 이천희는 "요즘 시대가 너무 복잡한데 한번씩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 필요하지 않나. 이 영화는 만화책이나 동화를 보는 느낌이 들 거 같다. 어른 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같이 어우러져서 산다는 게 저런 느낌이었지' 하고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영화다. 많은 분들이 힐링하시면 좋겠다"고 '애월'을 추천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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