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내달 10일 탈당설엔 “사실무근”… 비례대표 동반 탈당이 고비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비 당권파) 의원들이 탈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의 결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분당이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마지막 고비는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과 동반 탈당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 수장인 유승민 의원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외부 단체 특강에서 “제가 바른미래당에 와서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고민이 깊다”며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만큼, ‘행동’은 탈당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자유한국당을 탈당, 개혁보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어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과 통합한 바른미래당을 꾸렸다. 유 의원은 “큰 집 가서 편하게 정치하기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미래를 위해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당으로 곧바로 돌아갈 복귀할 가능성은 차단했다.
바른정당계는 ‘적폐인 손 대표와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손 대표를 퇴진시킬 제도적 방편이 없는 만큼, 바른정당계의 탈당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른정당계가 ‘11월 신당 창당’에 뜻을 모으고 창당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다음 달 10일 전후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돈다. 그러나 유 의원은 29일 본보 기자와 만나 “10일 탈당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 중이고, 다른 의원들과도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내년 총선 공천 일정을 고려하면 10월 말까지는 의원들의 거취와 관련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게 바른정당계의 기류다.
바른정당계가 탈당을 당장 감행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당 출신인 안철수계 의원들의 출당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계와 뜻을 같이 하는 안철수계 의원은 7명으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을 빼면 모두 비례대표다.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당이 제명할 경우에만 의원직을 지킬 수 있는데, 당헌ㆍ당규는 ‘제명은 당 윤리위원회가 결정하며,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셀프 제명’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소속 의원 숫자가 돈ㆍ힘과 직결돼 있는 상황에서 당권파가 비례대표 의원들을 순순히 내보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른정당계는 일단 안철수계 의원들과 공동 행보를 하면서 출당 문제를 놓고 당권파와 결판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30일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와 같은 시간에 의원총회를 여는 등 무력 시위를 하기로 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결국 바른정당계 8명만 탈당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만든 정당인데, 나갈 땐 나가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의지’를 다졌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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