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내한 공연… “시내 산책하고 싶어”
1992년 영국 남부 윌트셔의 유명 건축물 레이크하우스. 영국 가수 스팅의 오른팔로 불리는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는 녹음실에서 스팅에게 계단식으로 내려가는 코드를 짚으며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멜로디는 스팅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녹음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노랫말을 떠올렸다. 몇 시간 뒤 스팅은 다시 밀러에게 찾아갔다. “나무 아래서 이야기를 찾았어”. 이렇게 세상에 나온 곡이 영화 ‘레옹’에 실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1993)다.
스팅은 이 곡을 최근 새로 녹음했다. 27년의 시간이 흘러 낮고 굵어진 스팅의 목소리가 곡의 관조적 여운을 강조한다. 스팅은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를 비롯해 밴드 폴리스 시절 냈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와 솔로 데뷔 후 낸 ‘이프 유 러브 섬바디 셋 뎀 프리’ ‘잉글리시 맨 인 뉴욕’ 등 15개 히트곡을 다시 불러 지난 5월 앨범 ‘마이 송즈’를 냈다. 최근 본보와 이메일로 만난 스팅은 “이 앨범의 곡들은 사람들에게 새롭고 현대적인 에너지를 준다고 믿는다”며 “젊은이들이 제 음악의 청중이 된다는 게 기쁘고 새롭다”고 말했다.
스팅은 다음 달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슬로 라이프, 슬로 라이브’ 무대에 선다. 그는 “서울은 상당히 흥미로운 문화를 지닌 도시”라며 “시내에서 산책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미국 그래미상 수상 17차례, 1억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 3,000억 원이 넘는 자산 등 음악인으로 쌓은 화려한 명성보다 스팅은 모험가로 때론 더 인정받았다. 1978년에 데뷔한 그는 록을 비롯해 가스펠, 레게,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에 변화를 줬다. “내가 만든 감옥”(노래 ‘50,000’)에 갇히지 않으려 꾸준히 노력했다. 스팅은 “잠에서 깰 때, 창문 너머를 바라볼 때,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등 모든 순간에서 영감을 찾으려 한다”며 “창작엔 눈과 귀를 열고 깨어 있는 마음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몸과 마음을 비우기 위해 요가와 명상, 채식을 즐긴다.
스팅은 조선소 노동자였던 아버지로부터 다섯 개의 줄이 녹슨 기타를 여덟 살에 물려 받으며 음악에 눈을 떴다. 40년 넘게 음악 활동을 이어왔지만, 고비도 있었다. 몇 년 동안 곡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스팅은 2014년 테드 강연에서 “내 이야기를 멈추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슬럼프를 벗어났다고 고백했다. 공동체와 예술의 연대를 중요시하는 스팅은 아프리카 빈민 돕기에 앞장서 왔다. 요즘엔 아마존 산불 피해 복구에 온통 신경이 쏠렸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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