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인파에 행진 계획도 취소
애초 집회 신고 장소는 서울중앙지검 앞이었다. 정문 앞에서 검찰 비판 집회를 연 뒤 서울중앙지검을 한 바퀴 빙 돌면서 행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후 5시반, 공식 집회 시작 30분전에 이미 사람들은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불어났다. 남북으로는 서울서초경찰서 옆 누에다리에서부터 대검찰청을 지나 교대입구삼거리까지, 동서로는 서초역에서 교대역까지, 도로는 차단됐고 그 길 위로 시위대가 가득 찼다.
지난 28일,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축하 촛불시위 이후 2년 반 만에 촛불시위가 이번엔 법원ㆍ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 규모는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도 예상치 못했다. 주최측은 그래도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관광 버스를 대절해 상경 집회에 나서는 만큼 참가자가 10만명 정도는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집회 규모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집회 1~2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지방 상경 참가자들이 등장하면서 크게 불어나기 시작했고, 집회 시작 뒤엔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이 때문에 집회 현장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은 교대역 등 인근 지역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대신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편의점 등 인근 가게의 식료품들은 일찌감치 동났고, 휴대폰이 불통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 수를 처음엔 100만명라더니 이윽고 150만명, 좀 지나 200만명이라고까지 발표했다.
집회 참가자는 중ㆍ장년층부터 청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시민들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정치검찰 물러나라’ ‘검찰개혁 이뤄내자’ ‘조국 수호 지켜내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 연단에 오른 이들이 검찰과 언론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 또한 피해자라는 주장을 이어가자 참가자들은 열렬한 함성으로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이 1차 촛불혁명이었다면, 검찰 적폐를 척결하는 이번 촛불은 2차 촛불혁명”이라고 외치자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대검 건물에다 레이더를 비춰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 등을 보여주거나, 이번에는 지켜주겠다는 글귀를 선보이기도 했다. 집회는 오후 9시 30분쯤 공식 종료됐으나 10시 넘어서까지 시위대가 남아 있었다. 범국민시민연대는 다음달 5일 서초동 집회를 한번 더 연다.
한편, 보수단체가 주도한 ‘맞불집회’도 이날 함께 열렸다. 대검청사 옆쪽에 자리잡은 이들은, 하지만 참가자가 주최측 추산으로 2,000여명에 불과했다. ‘조국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이내 묻혔다. 한때 촛불시위대 일부와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으나, 경찰이 45개 중대 2,500여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양쪽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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