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강행한 이상 검찰개혁 성공시켜야
하지만 검찰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
이념 넘은 금수저ㆍ흙수저 균열 해결해야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조국 장관 파면 촉구 집회 참가자가 ‘조국 구속’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책 준비차 한 달간 해외답사를 갔다가 며칠 전 돌아왔다. 덕분에 시끄러운 ‘조국이야기’를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을 들어오며 조 교수의 법무부장관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수많은 의혹에 충격에 빠져 있을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 그동안 쏟아진 관련 기사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물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국 논쟁에 대해 멀리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밝히고 싶다.

첫째, 많은 의혹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위해 조 교수를 임명한 이상 어떤 방식이건 반드시 검찰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강행한 임명인데 검찰 개혁을 제대로 못 하고 만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스스로 권력화하거나 반대로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시민대표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검찰 개혁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이라는 사실이다. 조 장관 임명 강행 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하로 떨어진 것이 우려스럽다. 관련 의혹들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에도 “역사에서 평가받겠다”는 식으로 검찰 개혁의 역사적 중요성만 강조하며 끝까지 조 장관을 안고 가는 것은 자멸로 가는 길이다. 관련 의혹이 의혹에 그치고 검찰 개혁에 국민들이 박수를 치고 다시 지지율이 오른다면 모를까,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총선, 대선에 패배해 새 보수정권이 검찰 개혁과 그간의 개혁을 되돌리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셋째, 조국 사태는 엉뚱하게도 검찰 이상으로 심각한 우리 사회의 은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여론화시켰다. 그것은 여야가 연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진짜 가르고 있는 것은 여야나 진보 대 보수 같은 이념이 아니라 흙수저 대 금수저라는 신분적, 계급적 균열이라는 사실이다. 조 장관 자녀들의 입시를 둘러싼 검찰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짜 증명서 등 입시 과정의 위법성 여부가 아니라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충격적인 이들의 특권적인 스펙 관리 방식이다. 평소 거품을 물고 싸우고 있지만 자녀 스펙 관리와 교육방식 등에서는 조국과 나경원이 크게 다르지 않고 ‘적’이라기보다는 ‘동료’라는 느낌이 든다. ‘강남좌파’에서 방점은 ‘좌파’가 아니라 ‘강남’에 찍혀 있었던 셈이다. 역설적으로 조국 사태의 가장 큰 공은 은폐되어온 이 같은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이 같은 계급적 벽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을 고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공언해온 유일한 원내진보정당인 정의당조차도 선거법개정 패스트트랙 때문인지 여당 눈치를 보다가 사실상 흙수저들의 분노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인사에서 정의당이 반대하면 낙마한다고 해서 정의당 ‘데스 노트’라는 말이 생겼지만, 그 기준은 건전한 상식에 의한 도덕수준이었지 진보정당다운 진보적 정책성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관료들에게 정의당은 반대하지 않았다. 그 한계가 이번에 곪아 터진 것이다.

다섯째,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에 대한 우려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자 비판적 연구자들이 이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도덕적 문제가 중시되면서 유권자의 힘은 약해지고 폭로 위주의 언론과 검찰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우려이다. 전통적인 ‘선거정치’가 쇠퇴하고 ‘언론정치’, ‘검찰정치’가 난무한다는 비판이다. 정말 걱정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검찰위원회 같은 검찰 개혁을 통해 검찰에 대한 국민 통제를 확립해야 한다. 또 공직자들의 도덕적 문제를 무시할 수도 없는 만큼, 공직자 내지 공직 희망자들은 언론과 검찰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더욱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