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의 호텔 등급 평가, 공정성 논란 제기
국내 호텔의 등급을 평가하는 심사요원이 해촉된 뒤 다시 호텔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호텔 등급 평가의 신뢰도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호텔등급 심사 평가요원 현황’을 27일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호텔 등급 평가 심사 사업을 위탁 받아 시행해 오고 있다. 그 전에는 한국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심사해 무궁화 1개(3급)에서 5개(특1급)로 호텔 등급을 표시했지만 공정성 시비가 일자 관광공사가 직접 심사를 맡는 별점 등급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임기 2년의 전문가 심사요원은 사업 시행 이래 235명, 소비자 심사요원은 104명이 임명됐다.
관광공사가 위촉한 전문가와 소비자 심사요원은 손님인 척 해당 호텔에서 1박을 하며 평가하는 암행반, 숙박은 하지 않고 불시에 조사하는 불시반, 현장반 등이 있다. 암행반과 현장반은 4~5등급(4~5성)에 해당하는 최고급 호텔, 불시반과 현장반은 1~3등급(1~3성)에 해당하는 호텔을 평가한다.
평가 항목은 예약 서비스, 현관ㆍ주차 서비스, 로비 환경 및 프런트, 객실서비스 등 다양하다. 등급 유효 기간은 3년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17명의 전문가 심사요원이 임기만료 등으로 해촉됐는데 이 중 7명이 다시 호텔로 재취업했다는 사실이다. 호텔의 등급을 평가했던 심사요원이 심사 대상이었던 호텔 업계로 취업한 것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지금까지 235명의 전문가 심사요원의 경력을 확인한 결과 모두 1곳에서 3곳의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있거나 대학 호텔 관련 학과 출신이었다.
김영주 의원은 “호텔 등급 평가에 업계 경험이 있는 전문가 심사요원이 포함될 수 있으나 전문가 심사요원 전원이 업계 출신인 것은 과도하다”며 “호텔 시설이나 인테리어ㆍ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대로 호텔을 평가하려면 등급평가 전문가 심사요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관광공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전문가 심사요원은 호텔에서 5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심사에 관한 전문성을 지니려면 반드시 필요한 경력이라고 본다”며 “전문가 심사요원 상당수는 현재 학계에 몸담고 있고 나머지는 업계에서 퇴임한 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요원 중 적지 않은 인원이 호텔로 재취업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심사요원의 취업 여부까지 관여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며 “취업을 예상하고 심사 때 특정 호텔에 점수를 더 잘 준다거나 하는 심사요원이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대신 심사요원이 호텔에 취업한다고 알리면 즉시 해촉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사요원에서 해촉된 뒤 일정 기간 안에는 호텔로 취업할 수 없다는 등의 별도 규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요원 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게 아니라 ‘관피아(관료+모피아)’와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공사 측은 “심사요원 구성이나 호텔 재취업 등의 실태에 문제가 있는 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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