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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why] ‘검찰자한당내통’…조국 실검 전쟁 한 달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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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why] ‘검찰자한당내통’…조국 실검 전쟁 한 달 돌아보니

입력
2019.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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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왼쪽)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국(왼쪽)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자한당내통’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논란이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알듯말듯한 단어가 포털 실시간검색어(실검) 1위로 등장했습니다. 26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검사와 조 장관 간 전화통화 사실을 검찰이 한국당 측에 알려줬다는 의혹 제기죠. 지지층이 온라인에 집결해 특정 단어를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올리는 이른바 ‘실검 띄우기 운동’의 결과물입니다.

실검 운동은 지난달 27일 조국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 준비 과정에서 그를 응원하는 누리꾼 주도로 시작됐습니다. 이어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세력도 역공에 나섰죠.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단어를 특정 시간에 검색하자는 공지가 공유되고 약속한 시간 전후로 동일한 단어 검색을 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것이죠.

이 운동이 시작된 이후 실검 순위권엔 가지각색의 검색어가 등장했습니다. ‘조국 힘내세요’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법대로임명’ ‘보고싶다 청문회’ ‘보고있다 정치검찰’ ‘근조한국언론’ 같은 조국 지지자들이 띄운 문구부터 ‘조국임명철회’ ‘문재인 탄핵’ 같은 비판 진영 지지 문구까지 키워드 전쟁이 한 달째 이어졌죠.

포털사이트 '다음'의 27일 실시간 이슈 검색어 순위. 다음 캡처
포털사이트 '다음'의 27일 실시간 이슈 검색어 순위. 다음 캡처

실검을 띄우는 쪽은 실검 운동 역시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정치활동 중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시민들이 집회를 통해 모이듯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집단 행동이라는 겁니다. 실검 운동이 막 시작될 즈음 이런 주장을 담은 ‘한국언론사망 성명서’라는 게시물이 등장한 적이 있어요. 익명의 누리꾼은 이 글에서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온라인 시민운동’이라고 실검 운동을 명명했어요. 언론이 아닌 대중이 적극적으로 아젠다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시민 운동을 펼치겠다는 선언이었죠.

이 주장대로 실검 운동이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태동한 걸까요. 그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치적 키워드가 랭크 될 때마다 일부 극성 누리꾼들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실검이 여론을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뉴스에 접근하는 경로가 된 상황에서 특정 세력의 주장이 부각되는 건 문제라는 겁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지층이 갈려 번번히 실검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공론의 장에서 일어나는 진보한 시민운동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이례적인 실검 운동이 한 달 째 이어지고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 참에 실검 시스템을 점검하고 운영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구글이나 바이두 등 해외 포털은 첫 화면에 실검 순위를 제공하지 않고 있죠. 이용자가 두세 차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이용하도록 해 검색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죠. 이에 반해 네이버와 다음 등 우리나라의 주요 포털은 검색어 순위를 화면에 제공하면서도 순위 선정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죠. 정치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까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면서 여론 조작을 방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학과 교수는 “여론 장악을 위해 어떤 집단이나 실검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실검의 영향력과 효용성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운용자인 포털 스스로가 건전한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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