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복직 계약직 탕비실 배치 등 진정 직후 사측 개선 노력 인정돼
고용부 “괴롭힘 아냐” 행정 종결… 첫 건부터 우려했던 실효성 문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낸 진정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측이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문제가 된 업무 공간 격리 등을 시정한 게 이런 판단 근거가 됐지만, 처벌이 아닌 사내 해결로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27일 고용부에 따르면 서울서부지청은 전날 이번 진정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행정 종결 조치를 내리고, 이를 진정인과 사측에 통보했다. 진정 내용 중 지난 5월 13일 임시복직한 MBC 아나운서들이 기존 아나운서국 공간(9층)과는 별개의 장소(12층 탕비실)에 배치 받고 사내 인트라넷(업무포털) 접속을 차단된 사안은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용청은 판단했다. 하지만 진정 직후 사내 조사위에서 개선 작업을 해 현 시점에서는 괴롭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방송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진정 내용에 대해서는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고 노사 대화로 조정할 사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결정에 대해 진정을 낸 아나운서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전히 업무 공간이 격리돼 있고 업무 배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사측이 노력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건 문제라는 주장이다. 진정에 참여한 아나운서 이선영씨는 “직장 내 괴롭힘 1호 진정 건에 대해 회사의 보여주기식 대응만으로도 피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조사 결과 직장 괴롭힘을 확인했으면서도 현재 시정 중에 있다는 이유로 괴롭힘에 대해 행정 종결을 한 것은 법 제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 개선을 목적으로 만든 법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입법 과정에서 지적된 실효성 문제가 첫 진정사건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정부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기업별로 취업규칙을 개정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하고 예방ㆍ대응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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