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욧치나파 교대 미술 강사 조엘 아마테코가 사건 5주기 나흘 전인 22일 취재진에게 본인이 그린 희생자의 초상화를 보여주고 있다. 틱스틀라=로이터 연합뉴스
5년전 실종된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인 아욧치나파 교대 한 강의실 자리마다 희생자들의 초상화가 붙어있다. 틱스틀라=로이터 연합뉴스

5년 전인 2014년 9월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남서부 지역 게레로주에 있는 아욧치나파 지방 교육대학교 학생 100여명이 상경 집회를 하기 위해 수도 멕시코시티로 향하다 경찰과 맞닥뜨렸다. 1968년 잔인하게 무력 진압당한 학생 운동 참가자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하는 집회였기에 학생들은 올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학생들은 추모 집회의 참가자가 아닌, 추모 집회의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동료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사건 현장에 도착한 이들이 발견한 것은 총격으로 벌집이 된 버스와 사늘한 시신으로 변한 친구들, 그 사이에서 울고 있는 ‘생존자’들이었다.

이 연례 집회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광역버스 몇 대를 점거해 이뤄져 왔다. 일종의 ‘하이재킹’으로 볼 수 있지만, 현지 증언에 따르면 학생운동 문화의 일환으로 암묵적으로 허용됐던 행위라고 한다. 학생들이 차량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를 일으키지 않고, 집회 후 원래 주인에게 차량을 돌려줬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실종된 아욧치나파 교대생 43명의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6일 멕시코 의회 하원에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2014년 9월 실종된 아욧치나파 교대생 43명의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6일 멕시코 의회 하원에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멕시코시티=EPA 연합뉴스

그러나 그해 집회 참가자들에게는 한 가지의 계획이 더 있었다. 멕시코시티로 가기 전, 사건 발생지인 이괄라시 시장의 아내가 주최하는 행사의 반대 집회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경찰은 학생들을 저지하라는 시장의 명령을 받고 출동했다.

이후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 3명의 학생과 집회와 관련이 없던 민간인 3명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했고 부상자도 25명에 달했다. 진압 작전을 완료한 경찰은 학생들을 연행했는데, 이 중 43명이 행방불명됐다.

이괄라 집단 납치 사건의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26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멕시코시티의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26일 이괄라 집단 납치 사건 진상 규명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항의의 표시로 거리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수사 과정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학생들이 경찰에 의해 범죄 조직인 ‘게레로스 우니도스’에 넘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을 넘겨받은 조직은 이들을 살해해 시신을 불태운 후 유기했다. 경찰이 범죄 조직에 청부살인을 의뢰한 셈인데, 의뢰를 받은 게레로스 우니도스의 수장은 이괄라시 시장 아내와 남매 사이었다.

사건 발생 나흘 후 휴가를 내고 잠적한 시장 부부는 도피 생활 한 달여 만에 체포됐다. 범죄 조직원과 현직 경찰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 142명이 수사 과정에서 체포됐지만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현재까지 아무도 없다. 이 중 77명 석방됐고, 시장 부부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미결수 신분으로 수용 중이다.

이괄라 집단 납치 사건 5주기 나흘 전인 22일 아욧치나파 교대생들이 희생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가운데 걸린 초상화 하단에 “눈물 대신 용기와 정의로 제 죽음을 기려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틱스틀라=로이터 연합뉴스

무려 5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단 한명의 ‘범인’도 확정되지 않은 이유는 수사 당국이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한 탓이 크다. 고문에 의한 강제 자백, 증거 조작 등의 사례가 적발돼 잡았던 범인도 놓아줘야 했던 경우가 허다하다. 범죄 조직과 결탁한 부패한 공권력에 희생된 이들이 사후에도 부패한 공권력 때문에 안식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아욧치나파 지방 교육대학교 교정에 걸려 있는 한 희생자의 초상화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눈물 대신 용기와 정의로 제 죽음을 기려주세요”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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