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 자살 예방 인력을 양성하여 바로 현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사회복지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경찰, 119 등과의 협력을 활성화하는 지역사회 자원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에 부착된 자살방지 메시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하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를 뜻하는 자살률이 작년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OECD 국가 중 2위로 떨어졌던 자살률도 다시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자살률이 24.4명인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한국은 2위가 됐으나, 통계청의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작년 자살률이 전년 대비 9.5% 증가한 26.6명으로 집계돼 자칫 다시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OECD 평균(11.5명)의 갑절을 넘는 수치다. 특히 10대(22.1%), 40대(13.1%), 30대(12.2%)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다.

갑작스런 자살자 증가는 작년에 유명인들의 자살 사건이 많아, 유명인의 자살에 동조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대 자살률 증가의 경우에는 이렇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살은 개인적 행위이지만, 자살들의 내면을 세심히 살펴보면 많은 경우 악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실업, 고용불안, 저임금, 빈곤의 대물림, 사회양극화, 불평등의 악순환 등 개인이 더 이상 통제하기 힘든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살이라는 개인적 행위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자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허용적 태도도 영향을 준다.

한국의 경우, 2018년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부의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통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살을 용인하는 태도는 2013년 2.96(5점 만점)에서 2018년 3.02로 증가했다. 자살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도 2.43에서 2.61로 증가했다. 자살 생각의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34.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가정생활 문제(26.5%), 성적ᆞ시험ᆞ진로 문제(11.2%)를 들었다.

자살 문제에 대해 정부는 2004년부터 5년 주기의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해 예방사업에 중점을 두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역대 최초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이후, 2018년에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2018~2022년)’을 마련해 국가적 차원에서 자살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성과가 입증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담았다. 특히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0명까지 감소시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자살률 감소 효과가 눈에 잡히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개인의 심리적 문제나 사회경제적 문제 등 각종 위기에 처해 고립된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데 기인한다. 따라서 전문적 자살 예방 인력을 양성하여 바로 현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지역사회의 사회복지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경찰, 119 등과의 협력을 활성화하는 지역사회 자원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자살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삶과 사회 문화의 부조리한 속성을 성찰하고, 인간과 생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생명문화를 함양하고 확산하는 일이다. 현재와 같이 자살의 아우성에 대해 무시하고 방관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우리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한, 그리고 자살을 야기하는 사회양극화, 불평등, 사회위험 등 사회적 조건들에 둔감함으로써 죽음 문화를 방치하는 한, 자살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명문화 확산이야말로 국가 자살예방정책의 최우선 전략과제가 되어야 한다. 죽음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는 생명 문화에 대한 성찰은 삶에 대한 근본적 통찰이며, 새로운 사회연대와 사회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실천적 사유의 담대한 출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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