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는 표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스스로를 언론의 심판관으로 등극시키려 만들어 낸 정치적 스턴트(연기)다. 언론은 이에 휘둘리지 말고 침착하게 진실에 다가가면 된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76)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트럼프 시대의 언론은 공격적이면서 공정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1971년부터 WP에 몸 담아 온 우드워드는 1974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진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등으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저명 언론인이다. 지식포럼 참석차 방한 중인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언론인들과 만나 ‘4차 산업혁명과 허위 조작 뉴스로 인한 저널리즘 위기’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공격성과 인내심을 언론인의 요건으로 수 차례 반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여론이 양극화되고 분열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서도 그는 공격성을 재차 강조하며 “언론인은 사회복지사가 아니며 의견을 한 데 모으고 화해시키는 게 언론의 일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워터게이트 보도 때도 당시 백악관 입장에서는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뉴스로 규정했을 것”이라며 “문제를 일으키고 분열로 이어지더라도 정확한 사실이라면 보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백악관의 행보를 그린 지난해 출간 저서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서적으로 지극히 흥분돼 있고 변덕스러우며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라며 ‘그의 취임 이후 나타난 국제적 혼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행정부의 신경망이 무너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위험성이 크다”고 전했다. “상반된 의견을 동시에 피력해 의중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비결이지만 국가 지도자로서는 매우 위험한 성향“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집착적으로 믿는 트럼프 대통령도 충동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논의한 부분이 내부 고발로 알려지고 탄핵 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들어 “트럼프 시대라고 해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날 ‘언론계의 스타’인 그에게는 토론 주제 외에 언론인으로서 승승장구한 비결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숫자만 중시하며 심층적 내용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삶에 가장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시점에 개입했다가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취재의 즐거움입니다. 취재는 하나의 예술 행위에 가깝습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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