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차가운’ 풀 편견 버려야… 조리법 바꿔 여러 식감으로 즐겨야 안 질려 
 선택 폭 좁은 채식은 ‘간’이 핵심, 식초ㆍ기름 활용해 딱 좋은 맛 찾기 
더 오래, 더 맛있게 채식을 즐기려는 이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이유에서든 채식을 추구할 수 있다. 관건은 아무래도 지속 가능성일 텐데, 열쇠는 다양성의 확보가 쥐고 있다. ‘세심한 맛’ 연재 50화를 맞이해 지속 가능한 채식의 전략을 살펴보자.

 ◇단백질 

어떤 식생활이든 단백질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확 타올랐다가 바로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즉각적인 포만감을 안기고 빠르게 사라진다면, 단백질은 은은하지만 오래 꺼지지 않고 타는 불처럼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채식도 각자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완전 채식으로, 동물의 고기는 물론 유제품이나 계란까지 먹지 않는 경우라면 특히 단백질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콩고기, 채식 치즈처럼 식물성 단백질로 동물성 단백질원의 맛이나 질감을 모사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런 식재료는 무엇보다 식물성 단백질이지만 가공식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맛이 만족스럽지 못해 채식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먹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는 신선식품 또는 그에 준하는 식재료의 가능성과 쓸모를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

완전 채식의 경우엔 특히 단백질 섭취량을 유의해야 한다. 다양한 맛, 질감의 콩을 돌려가며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식물성 단백질의 지속 가능성 추구가 엄청나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철과 판매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가장 꾸준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가운데 콩과 버섯이 있다. 단백질 함유량을 비롯한 영양의 측면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채식을 위해 채소의 아삭함(혹은 뻣뻣함)과는 사뭇 다른 만족스러운 질감을 선사한다는 사실에서 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그야말로 채식이니 채소 중심의 식단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채식의 성패는 이 두 식재료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일단 콩만 놓고 보더라도 선택지는 다양하다. 쉽게 살 수 있는 것만 꼽아 보더라도 병아리콩, 강낭콩, 검정콩, 렌틸콩 등이 있고, 모두 맛과 질감의 차원에서 또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적당히 돌려가며 먹으면 물리지 않는다. 병아리콩은 조금 단단하며 밤과 맛이 비슷하고, 강낭콩이나 검은콩은 조금 더 무르고 포근하다.

말린 콩은 1㎏에 1,500~2,000원대에서 시작하니 가격 부담이 적지만, 불리고 삶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든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말린 콩을 기본으로 구비하더라도 비상용 통조림을 종류별로 한두 점씩 갖출 것을 권한다. 이미 익힌 제품이니 따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체에 밭인 상태에서 흐르는 수돗물에 씻어 전분의 끈적함과 나트륨을 한 번 덜어내고 쓰자. 한편 말린 콩은 대체로 이에 저항이 없이, 포근하게 씹힐 정도로 삶아야 끼니로 먹을 때 힘겹지 않다. 다만 알갱이가 아주 자잘한 렌틸콩이라면 파스타처럼 ‘알 덴테’, 즉 심이 살짝 씹힐 정도로 삶는 게 질감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더 나을 수 있으니 조금씩 다른 정도로 삶아서 맛을 보고 마음에 드는 정도를 찾는다. 어떤 콩이든 급할 때는 압력솥으로 삶을 수 있는데, 조리 시간이 대폭 줄어들지만 대신 과조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만 감안하자.

버섯의 감칠맛은 고기 못지 않다. 볶은 버섯은 더욱 그렇다.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버섯은 단백질과 만족스러운 질감 외에도 감칠맛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감칠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더불어 다섯 가지 기본 맛 가운데 하나로, 맛의 만족감을 좌우한다. 화학조미료는 다시마나 버섯 같은 식재료의 감칠맛 원천인 아미노산, 핵산 등을 추출 및 정제해 개발되었다. 따라서 버섯이 즐거운 채식의 열쇠를 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콩과 마찬가지로 생으로, 혹은 말린 상태로 유통된다. 느타리와 양송이를 비롯해 가격대가 부담 없는 것들이 주로 생으로 유통되고, 표고처럼 좀 더 비싼 축의 버섯이 건조 상태로 팔린다. 버섯의 쓰임새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국물 요리에 감칠맛의 구원타자로 활용할 수 있는데, 약한 불에 수분이 완전히 날아가고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이 될 때까지 골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낸다.

한편 버섯 자체를 즐긴다면 센 불에 빠르게 볶아야 감칠맛도 질감도 잘 살아난다. 가장 부담 없이 반복 조리를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버섯으로 양송이가 있다. 통념과 달리 버섯은 잠깐 물에 담갔다가 종이 행주로 닦아내면 물기를 거의 흡수하지 않으므로, 잘 씻어 크기에 따라 세로로 이등분 혹은 사등분 한다. 팬에 식용유를 약간 여유 있게 두른 뒤 중간불에 올려 연기가 피어오르기 직전까지 달군다. 썬 버섯을 더해 3분 정도 계속 뒤적이며 볶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간 마늘과 샬롯 등을 더해 1분쯤 더 익혀 마무리한다. 팬이나 접시 바닥에 버섯 국물이 배어나 고이지 않는다면 잘 볶아진 것이다. 말린 버섯도 물에 불린 뒤에는 생것과 같은 요령으로 조리하는데, 맛을 품고 있는 불린 물을 먼지와 흙을 체나 커피필터, 삼베천 등으로 걸러 준 뒤 음식에 더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단백질 보충제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유의 유청으로 만든 동물성 단백질이 오랫동안 대세였지만 요즘은 채식을 위한 식물성 단백질도 흔하니 두유(당 함유량이 적은 것을 고르자)에 바나나 등을 더해 갈아 만드는 스무디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먹는 재미를 증폭시키는 지방을 더하기 위해 올리브유, 카놀라유, 옥수수유 등 가격 부담이 없는 식용유를 활용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지방 

지방은 혀와 구강에 매끄럽게 일시적인 막을 입혀 다른 맛의 증폭과 전달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한편 자체의 고소함과 윤택함으로 감칠맛과는 또 다른 맛의 만족감을 준다. 한마디로 지방이 빠지면 음식의 맛과 질감, 더 나아가 먹는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채식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샐러드나 나물도 올리브기름이든 참기름이든, 한데 아울러 주는 지방이 없다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을 받는다. 예외가 있지만 불포화 지방, 즉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종류는 일단 식물성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식물성 지방 안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찾는다면 일단 두 단계로 나눠 생각한다. 1단계는 조리에 쓰이는 것, 2단계는 생으로 먹는 기름이다. 1단계는 굽거나 볶거나 지지는 등의 모든 조리에서 바탕 역할을 맡는 지방으로 맛이 중립적인 식용유로 카놀라유, 옥수수유, 땅콩기름 등이고 가격도 부담이 없다. 2단계는 샐러드나 무침 등에 쓰거나 빵을 찍어 먹는 등 가열하지 않고 먹는 지방으로 올리브유가 대세이다. 올리브유도 가격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니 세분화해서 샐러드 등의 요리용과 완전 생식용을 구분해 쓰면 계획이 자동으로 3단계가 된다. 한편 아보카도유 등 올리브 외의 기름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호기심을 발휘해 다양성을 확보하자.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맛있는 튀김이 백 퍼센트 채식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적극 활용하자.

 ◇채소와 섬유질  

채식이라면 채소로 섬유질은 원 없이 섭취할 텐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맞는 말이다. 다만 식생활 다양화를 위해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자. 첫째, 날것으로 먹는다면 채소로 질감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콩이나 버섯으로 꾸린 단백질 위주의 음식에 셀러리나 오이 등을 잘게 썰어 넣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채소를 익혀 먹는다. 적당히 익혀 채소의 대부분인 수분을 덜어내고 대신 맛을 들이면 날것보다 훨씬 더 즐겁게 많이 먹을 수 있다. 삶거나 구워 먹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소금에 절이더라도 완전한 생채소보다 사뭇 낫다.

탄수화물을 안 먹을 순 없다. 양을 줄이는 대신 조리법을 달리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탄수화물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이 체중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지만 안 먹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탄수화물은 단백질의 단조로움을 덜어준다. 따라서 양은 줄여 탄수화물로 포만감을 좇지 않는 대신, 선택의 폭을 의식적으로 넓혀 먹는 재미를 끌어들이자. 밥을 짓는 쌀이라도 백미와 현미가 있고 그 사이에 도정 상태가 다른 오분도미 등이 있으며, 찰기가 없는 인디카쌀도 샐러드와 볶음밥에는 요긴하다. 구워 마이야르 반응을 끌어낸 빵은 맛의 표정이 밥보다 또렷하다는 장점이 있고, 면류만 해도 연한 일반 밀로 만든 국수와 단단한 듀럼밀로 만든 파스타, 글루텐이 없는 메밀면이나 쌀면까지 다양하다. 탄수화물만 적당히 ‘믹스 앤 매치’해도 뿌리는 같은 음식이 다양한 맛의 열매로 결실을 볼 수 있다.

 ◇짠맛과 신맛 

본의 아니게 식재료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 채식에서는 간이 정말 중요하다. 음식의 간이라면 대체로 소금을 써 짠맛이 나는 상태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식재료의 맛이 각각 도드라지는 가운데 전체의 균형이 맞는 상태가 간이 잘 된 것이니 소금뿐만 아니라 식초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지방을 적극적으로 쓴다면 둘이 잡아주는 균형은 입맛을 좌우할 수 있는데, 완전 호환은 불가능하지만 식초를 잘 쓰면 소금을 일정 수준 덜어낼 수 있기도 하다. 소금이든 식초든, 음식 전체가 확 도드라지는 느낌을 받는 지점이 나올 때까지 간을 맞춰보자.

삶은 파스타에 채소를 섞어 따뜻한 상태로 먹으면 채식 의욕이 살아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온도 

‘채식=샐러드=찬 음식’의 공식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차가운 풀을 많이 씹으면 씹을 수록 채식의 의욕은 떨어진다. 채식에 대한 존중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한국이니 외식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온도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자. 샐러드만 하더라도 굳이 차가운 풀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막 삶은 파스타에 썬 오이와 토마토, 콩을 적당히 더하고 샬롯으로 맛을 낸 뒤 올리브기름, 후추, 식초로 버무리면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먹기 좋은 샐러드가 된다. 물론 영향의 균형도 적당히 맞는다.

적절한 조리도구의 사용은 채식에 대한 두려움을 낮춘다. 게티이미지뱅크
 ◇조리도구 

칼질을 해보면 금방 깨달음이 온다. 식물성 식재료를 고르게 썰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굳이 고르게 썰어야 할 이유는 있는 걸까? 어떤 음식이든 일단 식재료를 고르게 썰어야 균일하게 맛이 배거나 익는다. 따라서 일정 수준 반복 연습이 필요한데 잘해야 일주일에 서너 끼니 만들어 먹기도 힘겨운 현실이라면 칼질이 영영 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실패를 줄여주는 도구를 적절히 쓰는 게 바람직하다.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채식에 도움을 줄만한 조리도구를 꼽자면 손 블렌더가 있다. 원래 퓨레나 스무디 등 재료를 균일하게 갈아 걸쭉한 액체를 만드는 데 쓰지만 딸려 나오는 보조 도구를 활용하면 손 블렌더로 오이나 당근 같은 식재료를 최대한 균일하게 썰거나 마늘, 샬롯 같은 향신채를 곱게 다질 수 있다. 기본적인 손질 등으로 칼을 아예 손에서 놓을 수는 없지만 도구의 활용은 칼의 두려움을 현저히 줄여준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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