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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집 압수수색 때 검사와 통화… 수사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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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집 압수수색 때 검사와 통화… 수사개입 논란

입력
2019.09.26 19:13
수정
2019.09.26 20:53
1면
0 0

 [국회 대정부질문 첫 출석] 

 “아내 몸 안 좋아 차분히 진행 부탁” … 주광덕 “직권남용, 검찰청법 위반” 

 野 “曺 해임 거부땐 탄핵소추안” … 권익위 “曺 업무수행, 이해충돌 가능성”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조국(가운데) 법무부 장관, 이낙연(왼쪽) 국무총리, 김연철(오른쪽) 통일부 장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조국(가운데) 법무부 장관, 이낙연(왼쪽) 국무총리, 김연철(오른쪽) 통일부 장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수사 검사와 전화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개입 및 직권남용 논란이 불거졌다. 가족 관련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그동안의 발언과 배치되는 행동을 두고 야당에서는 수사외압이라며 즉각 해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 위법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조 장관은 26일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자택 압수수색이 시작될 무렵 검찰 수사팀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통화한 이유에 대해선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에 처가 나에게 연락을 했고, (검찰 관계자에게) 처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압수수색을)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 배우자는 옆에 있다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배우자가 남편인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왔는데 배우자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건강이 너무 염려되는 상태여서, 배우자의 전화를 건네 받은 압수수색 관계자에게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으니 놀라지 않게 압수수색을 진행해달라’고 남편으로서 말한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넘겨 받은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는 주 의원의 지적에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가 뒤늦게 “지금 돌이켜보니 그냥 다 끊었으면 좋았겠다고 후회한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조 장관의 전화 통화는 당장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통화해) 얘기한 자체가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이라며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직권을 남용해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수사에 대해 청탁하거나 부탁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조 장관이나 법무부의 해석과 달리, 당시 전화를 받은 검사는 조 장관의 전화 통화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 장관은 “건강을 챙겨달라”고 했던 것이라는 자신의 해명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압수수색 당시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하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단순히 ‘가족의 건강을 챙겨달라’는 부탁을 넘어서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해 달라고 말한 것은 구체적인 수사 지휘나 지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는 “아무리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이라 해도 장관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하면 압박이 될 수 있다”며 “권한남용으로 법적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제1ㆍ2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직권을 남용했다”며 조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명백한 수사개입, 직권남용, 외압으로 탄핵 사유”라며 “대한민국의 헌정을 완전히 뒤로 돌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즉각 입장문을 내고 “현직 장관이 압수수색 현장 검사에게 ‘차분하게 해달라. 배려를 해달라’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부당한 요구”라며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당은 해임이 거부될 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화 통화 사실은) 수사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검찰과 한국당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조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거듭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배우자가 추가 기소되거나 본인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질의에 조 장관은 “소환이 되면 그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검찰 소환 시 응하겠느냐’는 질의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 선택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넘어갔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조 장관의 업무 수행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권익위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답하면서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장관과 배우자 사이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사적 이해관계에 해당하는 관계를 공무원의 4촌 이내 친족으로 규정한다. 다만 권익위는 “(구체사항은) 법무부가 검토하고 조치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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