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대리 이모티콘ㆍSNS 활용, 유튜브 영상 대리만족도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컨셉의 트위터 계정들. 트위터 ‘직장인짤봇’, ‘대성통곡봇’ 캡처

대학생 강진영(24)씨는 최근 메신저 배경화면을 바꿨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하트 이미지를 올린 것이다. 강씨는 “대놓고 ‘나 연애한다’라고 쓰기에는 부끄러웠다”며 “연애하는 티는 내고 싶어서 (말 대신) 하트 배경화면을 통해 설레는 마음을 표현해봤다”고 말했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2030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소통에 익숙한 2030이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이를 ‘감정대리인’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다른 대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대리 전달하는 이른바 ‘감정 표현의 외주화’ 개념인 셈이다.

젊은층은 이모티콘만으로 자신의 말을 대신 전하기도 한다. 김다은씨 제공

일상 속 대표적인 감정대리인으로는 메신저에서 활용되는 이모티콘이 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이모티콘은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메신저 카카오톡 조사에 따르면 이모티콘 월간 발송량은 2012년 4억여건에서 2018년 22억여건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권혁중 문화평론가는 “이모티콘은 이전의 ‘짤(온라인상의 재밌는 이미지)’과 비슷한 부류”라며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감정의 매개체가 이모티콘이라는 형식으로 보편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2030들은 이모티콘을 통한 대화가 말보다 더 편하다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 김다은(24)씨는 메신저 대화 시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한다. 때때로 말 한 마디 없이 이모티콘만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텍스트로 직접 말하는 것보다 이모티콘이 더 간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회사원 이초정(25)씨도 이모티콘 애용자다. 이씨는 “메신저 이모티콘을 모으는 게 취미일 정도”라며 “어떤 말과 감정을 전달할 때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대화가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감정대리인이 인기다. 트위터 ‘직장인짤봇’ 계정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들을 직접 짤로 그려 업로드 한다. 팔로워들은 겉으로 드러내기 힘든 직장인의 애환에 공감하며 이미지를 저장ㆍ재공유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계정의 팔로워는 10여만명으로, 업로드 된 짤 일부는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라인 스티커에 이모티콘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대성통곡봇’은 ‘울고 싶은 여러분들을 대신해 울어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계정을 소개한다. 팔로워를 위해 대신 통곡해주는 컨셉인 것이다. 9,000여명의 팔로워들은 대성통곡봇의 트윗을 리트윗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힘든 마음을 대신 표현한다. “오늘 하루 너무 스트레스 받았는데 누가 대성통곡봇 좀 불러달라“며 감정 표현을 위해 대성통곡봇을 찾기도 한다. 이밖에도 페이스북의 ‘대신 뻔뻔한 페이지’, ‘대신 화내주는 페이지’, ‘대신 까오(허세)잡는 페이지’ 등 감정을 대행해주는 페이지 또한 이전에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영상 시청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들. 유튜브 ‘퇴사 브이로그’, ‘명품 하울’ 검색 화면 캡처

감정대리인은 감정의 대리만족을 책임지기도 한다. 권 평론가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감정과 비슷한 콘텐츠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 말했다. 유튜브의 ‘퇴사 브이로그(Vlogㆍ일반인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영상)’가 대표적인 예다. 영상 속 유튜버들은 퇴사 전에 했던 고민을 나누고, 퇴사 당일의 일상을 보여주며 당시에 느꼈던 감정을 기록 형식으로 담아낸다. 퇴사 당일 아침 출근길부터 동료들에게 축하 받으며 마지막 퇴근을 하는 모습까지 등을 보여주는 식이다. 퇴사 브이로그는 사직서를 제출해본 경험이 있는 구독자들에게 공감을, 퇴사를 고려해봤지만 실제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회사원에게는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명품 하울(매장에서 쓸어 담듯 구입한 상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을 뜻하는 신조어)’ 콘텐츠도 구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명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등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통해 소비욕을 대신 해소시키는 것이다. 유튜버들은 구입한 명품 제품을 쌓아놓고 포장부터 상세하게 보여준다. 고가의 제품이 나올 때마다 감동하는 표정을 짓는 유튜버를 통해 구독자들은 마치 자신이 명품을 쓸어온 기분을 느낀다. 실제로 유튜브 댓글란에는 “OO브랜드 가방 진짜 예쁘다”, “가격 알아보고 포기했지만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등의 반응이 심심치 않게 달리고 있다.

권 평론가는 “감정대리인은 지금의 소비 주축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넷에 친숙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격이 그들의 감정을 함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감정대리인을 활용하는 것”이라면서도 “감정대리인은 정확한 의사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인 트렌드의 흐름으로 평가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윤정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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