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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역겹다”…곰 우리라 불린 영국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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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역겹다”…곰 우리라 불린 영국 의회

입력
2019.09.26 17:44
수정
2019.09.26 19:31
16면
0 0

정회 시도 무산 뒤 하원 개의 첫날부터 격돌

[PYH2019092617120034000] <YONHAP PHOTO-1499> 다시 개원한 英하원서 연설하는 존슨 총리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대법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25일(현지시간) 다시 개원한 런던 하원에서 존슨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leekm@yna.co.kr/2019-09-26 15:58:18/<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PYH2019092617120034000] <YONHAP PHOTO-1499> 다시 개원한 英하원서 연설하는 존슨 총리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대법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25일(현지시간) 다시 개원한 런던 하원에서 존슨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leekm@yna.co.kr/2019-09-26 15:58:18/<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의회민주주의의 요람으로 불리는 영국 하원이 총리와 의원 간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조기총선을 위한 표결에서 패배하고, 의회 정회 시도까지 대법원 선고로 가로막히며 수세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극우인사 총격으로 숨진 의원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야당을 자극했고, 야당에선 총리를 향해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BBC는 이날 하원에 대해 “사방에서 독설이 쏟아지는 ‘곰 우리’ 같았다”며 “토론 시작 수 분만에 독설과 손가락질이 오갔다”고 전했다.

당초 지난 10일부터 5주 간 정회하도록 돼 있던 하원은 25일(현지시간) 다시 문을 열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에 대한 의회 차원의 논의를 이어갔다. 존슨 총리가 밀어붙인 ‘의회 정회법’이 전날 “불법적”이라는 대법원 선고로 무산된 데 따라 하원이 다시 소집된 것이었다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있던 존슨 총리는 하원 개원에 따라 급거 귀국했다. 연단에 선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법원 판결은 잘못됐다.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잘못 선고했다”며 의회 정회 시도를 막아선 대법원을 힐난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무례도 아니다”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존슨 총리는 거듭 조기총선을 실시하기 위해 정부 불신임안을 낼 것을 제1야당인 노동당에 요구했다. 조기총선을 거부하고 있는 노동당 의원들을 향해선 “정치적 겁쟁이”라고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소수 야당에 대해선 “다른 ‘작은 정당’들도 관심이 있다면 정부 불신임 투표안을 상정하라. 시간을 주겠다”고 조롱했다.

총리의 무례한 언행에 대한 야당의 분노는 “콕스의 뜻을 존중하고 이 나라를 통합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 나라가 브렉시트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발언에서 극에 달했다. 반(反)브렉시트 운동을 벌이다 2016년 6월 극우 인사가 휘두른 칼과 총격에 숨진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을 거론해 되레 브렉시트를 합리화한 셈이다.

이어 연설에 나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간단히 말해 이 나라를 위해 그(총리)는 물러나야 한다”고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코빈 대표는 “조기총선을 원한다면 브렉시트를 연기하면 된다. 그리고 총선을 치르면 된다”고 했다. 니컬러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총리를 보고 있으면 역겹다”고 말했고, 야당에선 ”당신(총리)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고함 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야당 공세에 의회 정회 관련, 법률 검토를 맡았던 제프리 콕스 법무장관이 일어나 “(여기는) 죽은 의회다. (의원들은) 앉아 있을 도덕적 권리도 없다”고 외쳤다. 이에 베리 시어맨 노동당 의원도 “저런 사람과 정당, 총리가 도덕을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되받아치는 등 양측 간 험악한 공방이 장시간 이어졌다. CNN은 영국 하원의 이 같은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다시 문을 연 지 하루 만에 영국 하원의 어지러웠던 브렉시트 논의 수준은 한층 더 기괴해졌다”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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