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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정맥주

입력
2019.09.2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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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청정맥아 100%로 만들었다는 '테라' 돌풍이 거세다. 그런데 토양 오염도나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호주의 대기오염(대기 중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 비중) 순위는 세계 125위(2018 환경성과지수ㆍEPI)여서 ‘청정’이라는 표현을 놓고 소비자 기만 논란이 일고 있다. 담배 및 식품 광고는 ‘마일드’ ‘슈퍼푸드’와 같이 객관적 기준 없이 소비자들을 오도하는 표현을 엄격히 금지한다. 술 광고도 몸에 좋은 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청정맥주’ 등의 표현을 금지하는 게 옳지 않을까. 연합뉴스
호주의 청정맥아 100%로 만들었다는 '테라' 돌풍이 거세다. 그런데 토양 오염도나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호주의 대기오염(대기 중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 비중) 순위는 세계 125위(2018 환경성과지수ㆍEPI)여서 ‘청정’이라는 표현을 놓고 소비자 기만 논란이 일고 있다. 담배 및 식품 광고는 ‘마일드’ ‘슈퍼푸드’와 같이 객관적 기준 없이 소비자들을 오도하는 표현을 엄격히 금지한다. 술 광고도 몸에 좋은 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청정맥주’ 등의 표현을 금지하는 게 옳지 않을까. 연합뉴스

OB맥주에 밀려 만년 2등이던 크라운맥주(현 하이트진로)가 1993년 대형 사고를 쳤다. ‘100% 암반천연수’로 만들었다는 신제품 ‘하이트’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100% 암반천연수라는 표현이 건강에 좋거나 맥주 맛을 더 좋게 하는 물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하 150m 밑부분에서 지하수가 용솟음치는 것처럼 표현한 하이트 광고가 과장됐으며, 맥주 품질이 물로 결정되는 게 아닌데도 경쟁사 제품은 나쁜 물로 제조되는 것처럼 비방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 ‘100% 청정맥아’를 표방한 하이트맥주의 ‘테라’ 돌풍이 거세다. 전 세계 공기 질 1위인 호주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생산된 청정맥아로 만들었단다. 호주의 대기오염 순위는 세계 125위로 한국(22위)보다 나쁘다. 철강ㆍ석탄 산업이 주력이어서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이 심각한 탓이다(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내는 공기 질은 좋다). 골든트라이앵글이 청정 지역이라는 근거도 없다. 설령 청정 지역이 맞더라도 맥주 성분 중 비중이 작은 맥아가 체내 미세먼지를 씻겨줄 리도 없다. ‘청정라거’라는 표현 자체가 소비자 기만이라는 게 시민단체 지적이다.

□ 술 권하는 사회다. 소량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적정 음주’는 성립되지 않는 용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생성된다. 하루 한 잔의 가벼운 음주에도 암 발병 위험이 식도암 30%, 구강인두암 17%, 간암 8%, 대장암 7%, 유방암 5% 증가한다. 보건복지부가 암 예방 수칙 중 ‘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를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바꾼 배경이다.

□ 담배 광고에는 ‘라이트’ ‘마일드’ ‘순’ 등의 표현을 쓸 수 없다.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로운 것처럼 흡연자의 불안감을 덜어줘 담배 소비를 늘릴 수 있어서다. 식품 광고 중 ‘슈퍼 푸드’와 같이 객관적 기준 없이 소비자를 오도하는 표현도 금지된다. 술은 담배만큼이나 해롭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자 20명 중 1명은 술이 원인이다. 맥주에 붙는 ‘청정’이라는 수식어는 몸에 좋은 술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음주 소비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 유독 술 광고에 관대한 이유가 뭘까.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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