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경범 교수 “국가 교육시스템이 개인 차이를 얼마나 줄여주냐에 공정함 달려” 
‘학종의 설계자’인 김경범(오른쪽) 서울대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대 교내 연구실에서 이충재 수석논설위원과 대입 제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입 제도 개편 논의에 ‘정시 확대론’이 분출하고 있다. 교육부가 수시ㆍ정시 비율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활용하는 정시 모집을 늘린다고 해서 입시의 공정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많다. ‘학종의 설계자’로 불리는 서울대 김경범 교수(서반아어과)를 만나 학종의 문제점과 수시ㆍ정시 논쟁, 대입 제도 개편 및 고교 서열화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고등교육분과 위원인 그는 서울대 입학사정관제와 지역균형선발, 학종의 틀을 만들었다.

-학종의 전신이 입학사정관제인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

“학종의 뿌리는 1995년 다양성 교육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5ㆍ31 교육개혁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여러 줄 세우기’ 차원에서 2008학년도부터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토록 명문화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첫해에 처음 시행됐는데, 이듬해 입학사정관제를 모든 대학이 일괄 도입하도록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이 커졌다. 지금 문제가 되는 ‘스펙 쌓기’ 논란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고, 조국 법무부 장관 딸 건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업그레이드한 게 바로 학종이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도 그랬지만 서울대가 학종을 선도하지 않았나.

“사실 서울대는 정부가 도입하기 훨씬 전부터 학종을 준비했다. 그 취지는 학생들이 고교에서 배운 역량을 대학이 그대로 평가하자는 의도였다. 학교 교육 정상화가 우리 교육의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수시모집의 100%를 학종으로 전형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만, 지금은 학종의 순수한 취지가 훼손됐다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조국 사태’로 인해 대입에서의 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학종과 수능 가운데 어떤 게 더 공정한가.

“어느 것도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고교 내신은 학교별 편차가 뚜렷한 게 사실이다. 수능의 경우 고1 때 받은 전국 성적과 고3 때의 최종 성적이 별로 차이가 없다. 수능도 당락이 소수점 이하로 결정되는데 이걸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진짜 공정한 건 국가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개인 간 차이를 줄여 줄 수 있느냐다. 우리 교육 현실은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의 차이가 크게 작용한다. 출발선에서의 차이가 고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이런 상황이 그대로 대입에 반영되는 구조다. 국가가 교육적 책임을 방기하는 한 수능과 내신 어떤 것도 공정성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여론은 정시 확대 주장이 높은 게 현실이다. 정치권에서도 총선을 의식해 정시 확대에 편승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국민의 공정성과 정의의 관념에 불을 붙였다. 수능은 당사자가 노력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인식이 공고하다. 하지만 결과를 따졌을 때 이런 믿음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다. 수능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점수가 잘 나오는 지역과 고교가 분명히 구분돼 나타난다. 개인의 노력에 전적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주요 대학 정시 모집 합격생 상당수는 재수생인데 재수를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대도시, 그것도 강남에 집중돼 있다. 객관성 측면에서는 수능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드러난 결과는 의도를 배신한다.”

-그래도 상당수 국민은 투명하지 않은 학종보다는 데이터가 나오는 수능이 더 공정하다고 여긴다.

“과거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을 약화한 이유는 국영수 문제풀이만 잘하는 학생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로 하는 능력이 창의력과 적성, 소질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수능에서 1점 더 얻는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이들 하나하나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데, 수능은 20%만 키우고 나머지 80%는 버리는 방식이다. 수시냐 정시냐에 목맬 게 아니라 학교 시스템을 얼마나 잘 만들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학술지 ‘한국사회학’ 최신호에 계층 의식이 높을수록 정시를 선호하고 하층은 입시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논문이 게재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학종과 수능, 어떤 것이 계층간 차이를 줄이느냐는 오래된 논쟁이다. 하지만 학종이든 수능이든 모든 입시가 상위권 중심으로 논의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수능의 변별력 문제를 예로 들면, 수험생의 10%에 해당하는 문제였지 90%는 큰 영향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2021년이 지나면 전국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 선발보다 모집에 급급해진다. 수시, 정시는 최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국한된 얘기다. 이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학종의 공정성 문제가 희석되는 건 아니지 않나.

“학종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고교에서의 학종 기록이 얼마나 공정하느냐다. 규정상 학교에서 학종의 모든 것을 관리하도록 돼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학교 밖에서 컨설팅 등을 통해 만들어 온 것을 인정하면 안 되는데 일부 상위권에서 관행화돼 있다. 두 번째는 대학에서 학종 전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마다 학생부 전형 책자 등을 통해 기준을 제시하지만 불분명하다. 세 번째는 전형 방법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교육 당국이 고교에서의 학종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대학도 전형 기준을 분명히 하도록 하는 것이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에 마련된 대입공정성관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강화해야 한다.”

-부모 스펙에 따른 격차가 큰 자기소개서, 수상 경력, 자율동아리 활동은 빼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 최소한 학생들이 자신을 주장할 공간은 있어야 한다. 자소서에는 4가지 문항이 있는데 지난해 교육부에서 2022학년도부터 3개로 줄이도록 했다. 고교 재학 때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 대학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 등을 묻는데 개인의 창의성과 소질, 적성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가 된다면 이를 축소하면 되지 아예 없애는 건 학종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다. 수상 경력도 지난해 논란이 돼서 역시 2022학년도부터 1학기에 1개만 기재토록 개선했다. 이마저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없앨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율동아리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크게 세부특기사항과 창조적 체험활동인데 이를 구성하는 게 자율동아리와 봉사, 진로활동이다. 무엇을 남기고 없앨지는 학교 생활과의 연관성을 살펴 접근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게 올해 서울대 학종 입학생의 교내 수상 목록 평균이 30개, 봉사활동은 139시간이라는 내용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 아닌가.

“전형적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다. 서울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상 개수와 봉사활동 시간을 반영하지 않은 지 오래다. 과거 입학사정관제에서 나타난 현상을 학원에서 수강생 확보를 위해 과장하고, 언론과 학부모가 사실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수상 경력은 개수가 아니라 어떤 상인지가 중요하며, 봉사활동도 시간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얼마나 자발적으로 했는지를 눈여겨본다.”

-수시 모집의 전형 과정을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원서가 접수되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ㆍ나이스)에서 인적 정보를 확인해 서울대 자체 평가시스템에 입력한다. 이어 입학사정관들의 전형이 실시되는 데 기본적으로 4차례고, 이의가 있을 경우는 5차까지 진행된다. 1차 입학사정관이 어느 모집단을 보면, 2차 사정관이 확인하고, 3차 사정관은 1, 2차의 차이를 평가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다시 4차 사정관이 1, 2, 3차 평가를 다시 판단하며, 이의가 있으면 5차 사정관에 넘기는 방식이다. 다수에 의한 다단계 평가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적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 공정성 강화와 함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도 지시했다.

“모든 학교를 똑같이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 학부모들이 더 나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으로 제시되는 게 고교체제 개편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특목고나 자사고에는 심화 과목이 개설돼 있는데 일반고에는 개설돼 있지 않다.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은 탓이다. 결국 정부에서 일반고 지원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이 같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굳이 몇 배의 수업료를 내며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고교 서열화 논란의 핵심은 자사고다. 진보 진영과 전국 대부분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법제화하라고 주장하고, 반대 진영은 자사고를 유지하자며 맞서는데 해결책이 있을까.

“현실적으로 시행령을 통한 폐지는 어렵다. 최근 법원의 자사고 취소 가처분 결과에서 보듯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의 취소 결정과 해당 자사고의 소송이 끝없이 이어지며 언제 최종 판결이 날지 기약할 수 없다. 게다가 정권이 교체되면 방향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설혹 법제화를 거쳐 자사고를 없앤다 해도 일반고 내에서 ‘8학군 대 다른 학군’ 등의 서열화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거듭 말하지만 학부모들이 일반고를 가도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해결책이다. 여건이 안 되는 자사고들에 대한 일반고 전환 유도도 병행해야 한다.”

인터뷰=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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