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전문 기관들 가운데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곳이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마저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6일 공개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내린 2.0%로 전망하면서, 내년엔 성장세가 올해보다 약화돼 1.8% 성장에 그칠 걸로 예측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떨어뜨린 기관이라도 내년에는 2%대 성장률을 회복할 거란 전망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앞서 내년에 한국 경기가 더 나빠진다고 본 곳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1.8%→1.7%)와 국내 기관인 국가미래연구원(2.2%→1.9%)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은 우리나라 수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대외 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미 올해 전세계 교역ㆍ투자부문의 위축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연구원은 “내년 세계 경기는 올해보다 더욱 둔화하고 미중 간 무역분쟁도 해소되지 못할 전망”이라며 “세계경기의 장기 흐름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요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이 예상한 한국의 통관수출 증가율은 올해 -9.9%, 내년 -0.6%다.
연구원은 내수 역시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부진의 여파로 올해의 고용 증가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경제 동력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본격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소비 둔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0.5%, 내년 0.8%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저성장을 동반한 저물가)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의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올해 3.1%, 내년 2.9%다. 올해 소비 확대에 힘입어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또한 내년 성장률이 1.6%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올해 독일 중국 등 제조업 중심국의 경기 위축이 심했다면 내년에는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소비 비중이 높은 국가도 하향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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