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시가 학생들의 시력검사 결과를 체력점수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구 14억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억명이 근시 증상을 보이는 중국의 암울한 현실을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실험적인 조치다. 하지만 가뜩이나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개인 능력이 아닌 신체 특성에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베이징 교육당국은 25일 “10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5만2,000명의 초ㆍ중학생을 대상으로 체력장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시력검사가 사상 처음으로 점수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 대상은 4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을 갖춘 관내 각 지역 학교를 상대로 데이터베이스에서 무작위로 추출해 선정한다고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당국은 “이번 시험결과가 학생들의 포괄적인 능력과 학습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것”이라며 “고등 교육기관에서도 체력점수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학생들과 학부모의 관심이 쏠린 시력검사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진학과 입시과정에서 당장 한 점이라도 더 따야 할 판에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중국은 갈수록 ‘약골’이 돼가는 청소년들의 체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 입시에서 체력장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쑤저우(苏州)대와 톈진(天津)대는 올해 처음으로 대입 특별 전형에 체력장을 도입했고, 우한(武漢)대는 수험생이 체력장에서 한 종목이라도 기준치를 넘지 못하면 아예 응시자격을 박탈한다. 칭화(淸華)대는 2011년부터 체력점수 우수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학생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1994년 체력장을 폐지했다. 대신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체력점수는 대학이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시력’을 ‘체력’에 포함시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유전적으로 어릴 때부터 근시인데 대체 어쩌라는 말이냐”, “근시를 줄이려면 점수를 매길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밖에 나가서 더 많이 뛰어놀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먼저다”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제도 시행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 청소년의 시력 저하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근시 6억명 가운데 40%가 초등학생으로 추산된다. 또 초등생의 45.7%, 중학생의 74,4%는 근시로 집계돼 성장할수록 시력이 더 나빠지는 추세다. 이에 지난해 중국 교육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등 6개 부처 공동으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인 6세 어린이들의 근시 비율을 2030년까지 3%로 낮추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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