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ㆍ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가 25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번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내퍼 부차관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나서 “미국의 최대 우방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나빠지는 상황이 크게 우려된다”며 “이 상황이 안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처음으로 일본 해역(sea of japan)을 공동 정찰했는데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일관계 악화가 계속되면 이러한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사건을 지칭한 발언으로 보인다.
내퍼 부차관보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도 “해결책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적으로(homegrown)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재만으로는 양국 갈등을 일시 봉합한다 해도 오래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은 그간 앞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조용하게 양국이 대화할 수 있도록 독려해왔는데 그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앞으로 나아갈 긍정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미국이 옆에서 독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퍼 부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미 정부 인사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간만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달 22일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단을 내린 후 같은달 말까지 미 국무부, 국방부 등은 “한국의 결정에 깊은 실망감과 우려를 표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한국 불신으로 읽힐 수 있는 미국의 메시지가 대폭 줄었다. 앞서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계기로 미 뉴욕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지소미아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내퍼 부차관보를 통해 한일 관계에 관한 메시지가 나오면서 미국이 다시 지소미아 연장 압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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