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 활성화와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여자축구연맹의 역할을 명확히 하거나 축구협회로 이관하고, 여성들이 어릴 적부터 축구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한축구협회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여자축구 심포지엄을 열고 패널과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저변 확대 방안’과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경쟁력을 통한 경기력 강화’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한 이날 심포지엄에선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많은 아이디어가 공유됐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광선 설봉중 여자축구팀 감독은 “한국 17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던 2010년에도 저변확대 목소리와 투자 약속이 있었으나 현재 상황은 그 때보다 되레 후퇴한 것 같다”며 “여자축구 저변확대를 위해선 팀이 늘어나야 하는데, 기숙사 생활도 안 되고 축구단 입단을 위해 이사를 하는 것도 어렵다보니 현실적 제약이 많다”고 꼬집었다.
행정상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지적도 날카로웠다. 성문정 한국스포츠체육정책과학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여자축구연맹이 쥐고 있는 권한과 책임의 상당부분을 축구협회에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무국장 1명을 포함해 5명의 직원이 WK리그와 모든 아마추어 대회를 책임지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협회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의 책임은 협회에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A매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현장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대표팀 국가대표로 뛴 여자 실업축구 선수 전가을(화천 KSPO)은 “A매치 더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선수들에게 판을 깔아줘야 어린 선수들도 언니들의 경기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연 보은 상무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 “A매치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중요하고, 국내와 해외에서 개최하는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했으면 좋겠다”며 원정 A매치의 확대를 희망했다.
또한 축구협회가 추진 중인 2023년 여자월드컵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성문정 연구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개최함으로써 한국 축구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면서 “2023년 여자 월드컵을 유치해야 여자축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23년 대회는)아시아권이 유치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다음달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축구협회 회장단은 물론 정부 관계자와도 자연스럽게 만날 것”이라며 논의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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