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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육곰 479마리…음식물쓰레기 먹고 우울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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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육곰 479마리…음식물쓰레기 먹고 우울증까지

입력
2019.09.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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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 갇혀 있던 웅담채취용 사육곰. 24일 녹색연합이 구조해 청주동물원으로 인계했다. 녹색연합 제공
강원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 갇혀 있던 웅담채취용 사육곰. 24일 녹색연합이 구조해 청주동물원으로 인계했다. 녹색연합 제공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는 곰들 가운데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 농장 28곳 중 7곳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찌꺼기 등을 곰에게 먹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사육 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31개 농가에 있는 479마리의 사육곰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며 “사육 곰들을 이대로 방치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사육곰 산업은 1981년 정부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장려하면서 시작했다. 국제 여론에 따라 1985년 수입이 금지되고 1993년 수출마저 금지됐지만 농가의 손실 보전을 위해 현재 10년 이상 지난 곰을 도축해 웅담을 채취하는 것은 허락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게 합법인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다. 정부는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기 위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곰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으나 여전히 500마리에 가까운 곰들이 사육되고 있다. 올 6월 기준 전국에 있는 사육곰은 479마리로 지난 24일 녹색연합에 의해 구출돼 동물원으로 인계된 곰까지 포함한 수치다.

동물자유연대가 현장조사를 한 결과 남아있는 479마리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단체는 올 2∼6월 전국 31개 농장 중 28개 농장 462마리를 조사했는데 곰이 흙을 밟을 수 있는 사육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9개 농장은 시멘트가 깔린 사육장에서 곰을 키웠고 나머지는 철창으로 이뤄진 공중 설치 사육장(배터리 케이지)을 사용했다. 특히 농장 규모가 클수록 청소가 편한 공중 설치 사육장을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조사를 실시한 농장 25곳 중 20곳에서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곰이 최소 1마리 이상 있었다”며 “그런데도 농장주 62.5%는 곰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철창을 반복적으로 씹어 송곳니가 모두 닳는 등 자해 행동을 보이는 곰도 있었고 침울 증상을 보이는 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물이나 먹이처럼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8곳 농장 중 7곳은 곰에게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빵공장에서 나오는 재고 등을 먹이고 있었다. 급수기를 설치하거나 큰 물그릇을 둬 아무 때나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곳은 28곳 중 9곳뿐이었다. 또 농장주 28명 중 25명은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하면 응하겠다고 답했다.

사육곰 산업이 쇠퇴하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연대가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56.9%는 사육곰 산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19~29세 응답자 가운데선 78.9%가 모른다고 응답해 59%가 알고 있다고 답한 50대와 대조를 이뤘다.

응답자의 79.3%는 사육 곰 문제 해결에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85.6%는 사육 곰을 보호시설로 이주해야 한다고 답했다. 78.3%는 사육 곰 특별법 제정에 찬성했다.

동물자유연대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로 곰 친화적 보호시설인 ‘생츄어리’를 만들고 순차적으로 사육곰을 매입해 이 곳에서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며 “곰 생츄어리를 통해 비인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야생동물 사육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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