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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이 넉달 만에 768만원으로…” DLF 투자자들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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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이 넉달 만에 768만원으로…” DLF 투자자들 패닉

입력
2019.09.2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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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만기 우리은행 상품, 첫 ‘원금 전액 손실’ 확정… 투자자들 “불완전판매 아닌 사기”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가 네 달 전 은행에 맡긴 4억원이 768만원 됐네요. 28일 있을 동생 결혼 준비와 부모님 노후 자금이었는데….”

25일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으로부터 ‘독일금리 연계 상품 만기상환율 1.92% 수준, 768만원 만기상환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은 A(38)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 B(71)씨는 지난 5월 자세한 상품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선진국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100% 원금 보장된다. 안전한 걸 원하시니까 이걸 추천한다”는 당시 부지점장 C씨의 말을 믿고 계약했다고 한다. A씨는 “아직 정확한 손실률을 모르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26일 만기를 맞는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이 유사한 DLF 상품 가운데 처음으로 사실상 원금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해외금리가 하락세여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 증폭되고 있다.

25일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26일 만기를 맞는 ‘KB독일금리연계 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 제7호(DLS-파생형)’(투자 원금 83억원)이 전액 손실로 확정됐다. 다만 금리 하락 폭과 무관하게 상품을 만기까지 유지하면 보장해주는 ‘쿠폰 금리’ 1.4%(연 4.2%, 만기 4개월분)와 선취 운용수수료 반환분(0.5%)을 감안해 실제 손실률은 98.1%다. 1억원 투자시 192만원만 건지는 셈이다.

앞서 60%대 손실을 기록한 우리은행의 19ㆍ24일 만기 상품보다 손실률이 커진 건, 상품구조가 달랐기 때문이다. 26일 만기 상품은 손익을 결정짓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의 기준점(배리어)이 -0.3%로 19ㆍ24일 상품(기준점 -0.2%)보다 낮지만, 손실 배수(333배)가 이전 두 상품(200배)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독일 국채 금리가 -0.6%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날리는 구조다. 독일 국채금리는 전날 -0.619%를 찍었다.

A씨는 이날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투자자를 속여 판매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아버지 B씨가 “안전한 상품을 원한다”고 수 차례 얘기했음에도 C씨는 다른 상품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시종일관 DLF만 권한데다 100%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중요한 내용은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B씨는 ‘투자성향 분석’은 아예 하지 않았고, 계약서 등 관련 서류에 C씨의 지시대로 사인만 했다고 A씨는 전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A씨는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C씨와 우리은행 본사 직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5월 21일 계약하면서 왜 독일 국채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인 걸 얘길 안 했냐”고 물었더니 C씨도 “금리가 마이너스이고 떨어지는 추세라 20일쯤에 은행 본점에 질의했는데 ‘금리가 상승할 수도 있으니까 자신 있게 팔라’고 해서 팔았다”는 취지로 답했고, 그 자리에 있던 본사 직원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에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과 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두 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4건 20억원 상당)에 대해 사기판매로 인한 계약취소와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원금 손실 DLF 판매로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미스터리쇼핑(암행감찰)에서 이미 낙제점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5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9월 29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파생결합증권 판매 관련 미스터리쇼핑에서 하나은행은 5단계 중 최하 등급(저조)에 해당하는 종합평균 38.2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특히 고령투자자 부문에서 하나은행이 받은 평점은 25.5점이었다. 숙려제도 안내, 적합성 보고서 제공, 유의상품 권유 시 확인 의무 등에서 부적절 판정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종합평점 62.4점으로 4단계에 해당하는 ‘미흡’ 등급을 받았다. 고령투자자 부문 점수는 56.5점이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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