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카드를 사용할 때 적립되는 포인트를 1원 단위로 현금화할 수 있게 됐지만,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소멸된 카드사 포인트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포인트 현금화 실적’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포인트를 1원(1점) 단위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카드사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동안, 8개 전업카드사에서 현금화된 카드 포인트는 월 평균 77억4,800만원이었다. 약관 개정 직전인 지난해 9월(58억2,100만원)과 비교하면 19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8개 카드사에 현금화되지 않은 채 적립된 포인트는 환산액 기준 1조3,000억원대 수준을 유지, 시행 이전과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화 없이 소멸된 포인트 역시 2017년 1,151억원에서 2018년 1,024억원으로 소폭 줄어드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499억원 상당의 포인트가 소멸됐다.
카드 포인트는 카드사가 고객에게 일종의 혜택으로 제공하며 통상 특정 제휴 상품을 구매할 때 현금 대신 활용할 수 있다. 카드사 및 카드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적립 후 5년이 지나도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는 소멸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모든 카드사 포인트를 1원부터 자유롭게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 전환 제도를 도입해 지난해 10월부터 실행했다. 기존에도 일부 은행계 카드를 중심으로 포인트 현금화 제도가 시행되긴 했지만, 포인트가 일정 규모 쌓여있지 않으면 현금화가 어려워 ‘자투리 포인트’가 그대로 소멸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국과 업계는 소멸 직전의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도 강화했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와 금감원의 ‘내 카드 한눈에’ 등의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카드사에 적립된 포인트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카드사는 소멸 6개월 전부터 매달 포인트 소멸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멸되는 카드 포인트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1원부터 현금화’ 정책이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로서는 고객이 포인트를 현금화하기보다는 포인트로 제휴사 상품을 구매해 추가 결제수수료 수익을 얻고 포인트 마케팅 비용을 제휴 기업과 분담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금화를 홍보할 유인이 크지 않다.
김 의원은 “지난해 약관 개정 이후 카드사들이 포인트가 1원부터 현금화된다는 점을 공지하기는 했지만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적극 홍보하지 않았다”며 “업계와 금융당국에서 고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홍보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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