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ㆍ수출’ 주도에서 ‘서비스ㆍ소비’ 중심으로 경제구조 변동이 주원인”
지난 7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미에 딱 맞는 보고서가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서 발간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중국의 제조업ㆍ광업 등 산업 부문의 일자리 500만개가 없어졌고, 이 가운데 미국이 부과한 고율관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180만~190만개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중국 고용 상황에 직격탄을 가했다는, 더군다나 중국발(發)로 나온 이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의 일자리 수백만 개가 사라지고 있다. 수천 개의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서구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다소 결이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노동시장에 ‘일자리 감소’라는 변화가 생기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무역전쟁 탓이라기보다는 중국 경제의 ‘구조 변동’에서 기인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 제조업과 수출이었다면, 최근 10년 사이에 ‘서비스 산업 및 국내 소비’로 성장의 중심축이 이동했다는 얘기다.
WSJ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가 한창인 대표적 지역은 중국 광둥(廣東)성 중남부의 산업도시 주하이(珠海)다. 광저우(廣州)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주하이로 돌아온 티안양진(24)씨는 가전제품 회사(조달 업무), 공항(물류 관리) 등을 다니다 지금은 통신업체에서 대관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많은 친구가 서비스 업종에 취직했다”고 했다. 현지의 제조업 분야 사업가들도 “첨단 산업, 서비스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은 기회(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내 제조업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중국의 고용 지표 하락이 ‘실체 없는 현상’인 건 아니다. 그러나 5억5,0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도시 노동자에 비해서 이는 극히 작은 규모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국 도시 지역의 일자리는 984만개가 신규 창출됐는데, 이는 목표치(1,100만개)에 거의 육박한다.
WSJ는 “현재로선 중국에서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의 대부분이 서비스 부문의 급성장으로 상쇄되고 있다”며 “경제 성장의 정체에도 불구, 지금 중국의 노동시장은 ‘안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금융분석기관 TS롬바르드의 경제학자 로리 그린은 “택시 운전이 제조업 분야의 안정된 고용을 대체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중국 노동시장엔 유연성이 있어서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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