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압수수색 비판 여론 고려한 듯…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 표현” 분석도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수사 착수 이후 외부 노출을 꺼렸던 윤 검찰이 공개 석상에 나타나 처음 밝힌 입장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25일 오전 대검이 주최한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로 들어가면서 ‘조 장관 일가 수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언제쯤 마무리될 예정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처럼 절차를 언급했다. ‘헌법정신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나’라는 추가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착수 이후 윤 총장이 공개 석상에서 수사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 한달 가량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치적 시빗거리를 차단하기 위해 외부 접촉을 자제한 것이다.
윤 총장의 이날 언급은 ‘수사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원칙대로 수사를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우선 풀이된다. 최근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11시간 압수수색 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여당 일각에서 검찰 수사팀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외풍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과도하거나 절차가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한 검찰 입장을 밝힌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인 만큼 수사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칼 끝이 점점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하는 시점에 원리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그만큼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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