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의정부지검에 이어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아 두 번째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검찰 개혁을 위한 조 장관의 현장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는 있지만, 진솔한 얘기를 듣겠다는 말과 달리 방문지 선정이나 메시지에서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의도’가 비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은 25일 천안지청을 방문해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에겐 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고(故) 이상돈 검사가 근무하다 순직한 곳”이라며 “검사들 대부분이 (인사가 나면) 미제사건을 (후임에게) 많이 남기고 가는 편인데, 이 검사는 단 한 건의 사건만 남길 정도로 열심히 일하다 순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전국에서 이상돈 검사와 같이 일하는 형사ㆍ공판부 검사들의 상황이 어떤지 듣기 위해 왔다”며 “얘기를 다 들은 뒤 법무부로 돌아가 향후 정책논의 때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5세이던 이 검사는 지난해 9월 밤늦게까지 사건을 처리하고 관사로 돌아가던 길에 쓰러져 과로로 숨졌다.
조 장관은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직원들을 만난 뒤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은 검사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천안지청 평검사 15명 중 공판업무로 빠진 2명을 제외하고 총 13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화에 참석한 검사 13명은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안, 인사제도 개선, 민생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형사부 업무과중 및 사기저하 문제 해결 건의 등에 대해 고루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파견 및 인력부족으로 인해 일선청 형사ㆍ공판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한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잇달아 검사들의 죽음을 언급하며, 이를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번에 (상사의 부당한 지시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김홍영 검사 묘소를 참배한 것도 그렇고 자신의 개혁명분을 쌓는답시고 검사들의 죽음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입맛에 맞는 곳만 찾아 다니며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이를 선의로만 볼 검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에 근무하는 현직 검사도 “장관이 자신의 개혁 방향에 필요한 의견만 쏙쏙 골라 듣고 이를 모든 검사들의 의견인 양 개혁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게 다소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일선에선 형사부 검사들의 고충을 듣겠다고 하면서 이들이 가장 바쁜 시기인 월말에 일방적으로 방문일정을 잡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천안지청 방문 일정은 3일 전인 이달 22일에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형사부는 월말마다 미제사건 통계를 내기 때문에 미제 수를 줄이려 굉장히 분주해진다”며 “형사ㆍ공판부 검사의 고충을 듣겠다고 하면서 굳이 이 시기에 가는 게 얼마나 이기적 발상인지를 몰랐다면 큰일이고, 알고도 갔다면 그건 더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천안=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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