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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21년 만에 법정 선 한보 정한근 “모든 혐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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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21년 만에 법정 선 한보 정한근 “모든 혐의 인정”

입력
2019.09.25 15:14
수정
2019.09.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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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6월 22일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6월 22일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21년 만에 붙잡혀 국내에 압송된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이 법정에 처음 나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25일 열린 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 도피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정씨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세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나오지 않았던 정씨는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녹색 수의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법정에 들어선 그는 “(변호인이 밝힌 것처럼)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 맞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작은 목소리로 “따로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1997년 11월 한보그룹의 8조원 채무로 인해 회사에 관한 일체의 권리가 채무변제 조로 양도될 것을 염려한 정태수 일가는 루시아석유 주식 900만주를 5,790만달러에 매도했으면서도 마치 2,520만달러에 매도한 것처럼 신고한 뒤 스위스 소재 은행에 예치했다”면서 횡령, 재산국외 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 자금 323억여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998년 6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해외로 도주했고, 지난 6월 22일 국내로 송환됐다. 정씨의 부친 정태수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에콰도르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공판준비기일에서 “공범들이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횡령 금액은 인정할 수 없다”는 정씨 측 의견을 받아들여 횡령 금액을 264억여원으로 변경하고 공문서 위조 혐의를 추가하여 기소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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