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24> 네이멍구 츠펑 ② 아쓰하투 석림과 우단 사막 
네이멍구 아쓰하투 석림의 ‘곤붕’ 모양 바위. 곤붕은 하루에 9만리를 날아간다는 상상 속의 새다.

네이멍구 다다선(达达线)을 달린다. ‘가장 아름다운 초원 도로’로 불린다. 궁거얼 초원을 가로지른다. 다리눠얼 호수부터 아쓰하투 석림까지 약 135km다. 소와 양, 말까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온 사방에 싱싱한 먹거리가 넘치니 동물의 ‘궁궐’과 다름 아니다. 초원을 걷자 하니 모두 대찬성이다. 싱그런 공기, 산들바람 부는 날씨도 금상첨화다.

네이멍구 츠펑의 초원 도로 ‘다다선’.
궁거얼 초원의 자작나무 숲.
말을 타고 궁거얼 초원의 자작나무 숲을 달리는 몽골족.

자작나무 숲 백화림(白桦林)를 통과한다. 백화림은 네이멍구 초원 일대에 꽤 많다. 뜻밖에 은빛 자작나무를 만나니 기분이 고속 상승이다.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나더니 말 두 마리가 나타난다. 초원을 걷는 여행객은 마부의 먹잇감이다. 초원을 실감나게 질주한다해도 조용히 즐기고 싶다. 마부는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진다. 자작나무에 등을 대고 기대니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부딪히는 소리가 자장가 같다.

초원에서 만난 송아지. 머리와 발굽 부분이 하얗다.

언덕에 옹기종기 소 떼가 노닌다. 모두 밝은 갈색에 얼굴과 다리는 하얗다. 자세히 보니 배와 꼬리 끝도 하얗다. 서너 발자국 가까이 가도 느릿느릿 ‘우아한’ 식사를 멈추지 않는다. 초원의 만찬을 한동안 지켜본다. 송아지 입과 눈은 볼수록 귀엽다. 아장아장 엄마 소를 따라가는 송아지에게 시선을 옮기다가 산 능선까지 바라본다. 초원의 빛에 빠져본다. 영화 ‘초원의 빛’에서 나탈리 우드가 읊조리는 시까지 추억한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감상에 젖기 쉬운 초원이다.

다다선에서 초원이 사라질 즈음 ‘험준한 암반’이란 뜻의 아쓰하투에 도착한다. 유네스코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외에 지질유산도 보호한다. 세계적 기구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지질공원은 경관도 아름답다. ‘UNESCO’와 ‘GEOPARK’ 문구가 들어간 지질공원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2019년 9월 현재 전 세계에 147곳이 지정돼 있고 중국이 39곳으로 단연 1등이다. 참고로 한국은 3곳이다. 로고에는 중국어 병음인 ‘KESHIKETENG’이 아니라 몽골어 발음인 ‘HEXIGTEN’으로 표기돼 있다. 우리말 음가로 ‘헤식텐’이다. 이를 중국어로 바꾸니 ‘커스커텅’으로 변했다.

아쓰하투의 석림 지도.
아쓰하투 석림의 삼결의.

서문에 도착하니 커스커텅석진(克什克腾石阵)으로 변경돼 다소 의아하다. 6년 전에 왔을 때는 석림이었는데 ‘석진’이라니 뜻밖이다. 윈난 석림과 구분할 필요도 있고 세계지질공원의 범위를 아쓰하투 석림과 함께 궁거얼 초원, 다리눠얼 호수까지 다 포괄하려는 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듯하다. 공원 차량을 타고 산길을 20여분 오른다. 이제 해발 1,800m에 펼쳐진 멋진 ‘돌 숲’과 만난다. 그런데 입에 붙은 석림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석림은 제4기 빙하기의 침식 흔적이다. 기기묘묘하고 기상천외한 크고 작은 바위의 진열장이다. 버스에서 내린 광장에서 네 방향으로 석림을 관람한다. 전동차를 타고 천주(天柱)로 이동한다. 대략 10m 높이의 바위 셋이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있다. 소설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연상해 삼결의(三结义)라 지었다. 도대체 빙하기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쭈글쭈글 주름이 생겼는지 모를 일이다. 삼결의 뒤에 홀로 우뚝 솟은 바위는 마치 호리병처럼 생겼다. 높이가 26m, 지름이 약 6m다. 부드러운 윤곽으로 잘록하게 보이는 허리, 능선과 초원을 여백으로 담고 있다. 잘 구운 도자기처럼 생긴 바위다. ‘주최 측’이 선보인 이름은 말뚝, 전마장(拴马桩)이다. 심지어 칭기즈칸이 사용한 말뚝이라고 한다.

아쓰하투 석림의 전마장. 전마장은 말뚝이라는 뜻이다.
아쓰하투 석림의 곤붕 가는 버스 탑승 방향 표지.
아쓰하투 석림의 시검석.
쑤저우 후터우에 있는 시검석.

이번에는 곤붕(鲲鹏)으로 이동한다. 100m가량 걸어 다시 공원 차량을 탄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시검석(试剑石)이다. 기원전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는 자신이 주문한 검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바위를 쪼갰다고 한다. 오나라 땅이던 쑤저우 후커우(虎口)에 가면 진짜라고 믿어달라는 돌이 하나 있다. 칼날만큼 쪼개지긴 했어도 너무 작아 실망스러웠다. 아쓰하투 시검석 정도는 돼야 합려의 전설 어울리지 않을는지? 칼로 잘린 면도 아주 그럴싸하다.

아쓰하투 석림의 곤봉 주위에 핀 야생화.

빙하기가 남겨준 선물로 손색이 없는 곤붕과 만난다. 길이는 약 30m이고 몸통 높이는 20m가 넘는 바위가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장자의 ‘소요유(逍遥游)’에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하루 9만리를 날아간다는 새로 등장한다. 소설에 이어 고대 신화도 불러낸 작명법에 미소를 짓는다. 빙하기 때 곤붕이 초원으로 떨어졌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좋다. 겨우 2,300년 전 장자도 인용한 새인데 아무렴 어떤가? 이제 빙하기는 잊고 사방에 피어난 야생화에 푹 빠진다. 등산로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꽃이 마구 어울린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간다.

아쓰하투 초원 석림 표지판.
아쓰하투 석림의 장군상에서 본 칠선녀.
아쓰하투 석림의 페르시아 상인과 베이징원인.

이번에는 걸어가도 되는 초원 석림 코스다. 야생화에 둘러쌓인 표지판에 세로로 쓴 문자와 영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등산로를 벗어나 야생화를 꺾으면 벌금이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박혀 있다.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 칠선녀가 보이는 장군상까지 산책을 즐긴다. 장군이 침대에 누워 일곱 선녀를 바라본다는 상상은 하지 말자. 그냥 멀리서 봐도 선녀는 아니다. 남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담하게 생긴 바위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왼쪽은 페르시아 상인이고 오른쪽은 베이징원인(北京猿人)이다. 계속 보고 있으면 시공을 초월한 두 바위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츠펑 우단진에서 본 무지개.

공원 버스를 타고 남문으로 내려간다. 3시간 반을 달려 우단진(乌丹镇)으로 이동한다. 웡뉴터(翁牛特) 기(旗)의 중심 도시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오니 쌍무지개가 떴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무지개가 뜨다니 네이멍구의 하늘은 정말 아리송하다. 우단은 츠펑(赤峰)과 1시간 거리다. 몽골어로 ‘올란하닥(Улаанхад)’, 한자 그대로 ‘붉은 산’이다. 중국어로 ‘우란하다(乌兰哈达)’였다가 츠펑이 됐다. 실제로 츠펑 시내에는 홍산(红山)이 있다. 요하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홍산문화의 중심지가 츠펑이다.

홍산문화는 20세기 초 일본의 한 인류학자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1970년대 신석기시대 유물이 광범위하게 발굴된다. 홍산문화는 대략 기원전 4500~3000년 시기에 형성됐다. 네이멍구와 랴오닝 일대에 출토된 유적지가 점점 많아졌고 기원전 8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때부터 기원전 1500년 사이에 형성된 광범위한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는 요하문명. 황하문명보다 1,500년 이상 앞서는 문명의 출현은 중국 정부와 학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소위 ‘역사탐원공정’을 통해 요하문명을 중국문명권으로 편입한다. 동북공정의 확대재생산이다.

츠펑의 ‘중화제일용’과 우하량의 ‘옥용’.

우단 사막으로 가는 길에 만난 ‘중화제일용(中华第一龙)’도 중화사상의 증거다. 홍산유적지에서 출토된 용 문양의 옥기는 ‘중화민족의 상징’인 용으로 변신했다. 2018년 여름에 랴오닝성의 우하량(牛河梁) 홍산문화유적지에서도 옥용을 만났다. 제천(祭天) 문화를 남겼고 여신묘가 발굴된 우하량에 단체로 다녀왔다. 행사를 주관한 사람은 베이징으로 돌아간 후 관계기관의 호출을 받았다. 우하량에 간 목적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요하문명과 관련된 유적지는 여전히 외국인에게 조심스러운 장소다.

우단 사막은 해발 100m에 미치지 않는 구릉이며 호수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옥룡사호(玉龙沙湖)라고 부른다. 5년 만에 다시 찾았더니 완전 관광지로 변했다. 산과 호수, 사막마다 다양한 놀잇감을 선보인다. 산을 일주하는 차와 호수를 유람하는 기차, 낙타와 자전거, 활쏘기도 있다. 사막에선 낙타와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 그리고 지프차가 있다. 4명이 타는데 사막 곡예를 체험한다. 일행 중 5명만 탄다고 하다가 결국 11명 모두 타게 됐다.

우단 사막의 옥룡사호.

우단 사막의 기차와 낙타.
우단 사막의 지프차 체험.

처음에는 ‘중국에서 가장 험준한 사막 지프차 도로’라는 팻말을 실감하지 못했다. 사막으로 들어서자마자 경사 80도가 넘는 구릉을 오르내린다. 하늘과 땅이 순간 이동한다. 재빠른 낙하 속도로 간담이 서늘하지만 청룡열차보다 더 재밌다. 정상에 오른 후 광활한 사막을 한없이 바라본다. 잘 보이지 않아도 멀리 흐르고 있을 요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구릉을 타고 오르내리며 돌아온다. 짜릿한 시간이었다. 타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그래서 느릿느릿한 낙타를 타려는 일행이 아무도 없다.

우단 사막의 낙타.
우단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의 발걸음. 발놀림이 예상 외로 경쾌하다.

사막을 올라간다. 한여름 사막은 엄청 더워야 정상이다. 우단 사막은 뜻밖에 따갑지 않다. 모래 안으로 맨발을 넣으면 시원하기조차 하다. 모래 썰매 타는 사람을 위해 만든 나무 계단으로 오르니 힘들지도 않다. 정상까지 사람을 내려주고 다시 내려오는 낙타 무리를 보니 타고 싶긴 하다. 사막을 걷는 낙타의 걸음걸이는 역동적이다. 힘도 들지 않는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우단 사막에서의 공중부양 놀이.
우단 사막을 내려오는 일행. 경사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

하늘은 완전 새파랗다. 일행은 틈이 날 때마다 공중부양 놀이를 즐긴다. 평지와 달리 힘이 배로 드는 뜀박질이다. 발돋움할 때마다 튕겨 나가는 모래를 보고 또 보느라 거듭 뛰어본다. 가파른 사막을 뛰어내려도 넘어지지 않는다. 푹푹 빠지는 촉감이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경사가 심해도 안전하게 내려오는 느낌을 알게 됐다. 온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지만 추억은 마음에 담는다. 초원과 호수, 석림과 사막까지 고스란히 추억이 되리라. ‘몽골족의 땅이여, 츠펑의 여름이여’

최종명 중국문화여행 작가 pine@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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