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접경지역서만 발병…경기 남동쪽이 방역 마지노선
정부 표본조사 수 늘리고 멧돼지에 의한 확산 막아야
인천 강화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ㆍ이하 돼지열병) 감염이 다섯 번째로 확인되면서 전국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산 우려는 타당하나 아직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독 북한 접경지역에서 발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5일 “확산 우려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지켜볼 여지는 있다”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를 통해 밝혔다. 파주, 연천, 김포, 강화 등 현재 돼지열병 발생 농가가 북한 접경지역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만약 차량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접경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나타나야 되는데 5차례 모두 접경지대”라면서 “역학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접경지역을 중요하게 본다는 뜻은 북한에서 유입됐다고 판단할 여지가 많이 있다는 뜻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 교수는 “여전히 남아 있고 어떻게 보면 1차적인 발생 상황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만연한 만큼 북한의 살처분 후 바이러스에 오염된 침출수가 강을 따라 퍼졌거나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감염 농장 돼지들과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감염경로에 포함된다면 지난 7일 황해도로 상륙해 북한을 관통한 태풍 ‘링링’이 돼지열병 확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우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첫 발생(17일) 잠복기(4~19일간) 이전 상황을 보면 당시 링링이 지나갔다. 북한 영역에 있는 오염된 분비물들이 태풍에 의해 접경지역 자체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접경지역 남쪽으로 확산되는 것은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고 방역당국에 당부했다.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학과 겸임교수는 “경기 이남, 충청도 지역에 양돈장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남동쪽으로 넘어가지 않게 최대한 막는 게 마지노선”이라고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강조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검사를 강화하고 일반인들은 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우 교수는 “세 번째 발생한 김포 농가는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이었다가 나타났다. 농장의 모든 돼지 몇천 마리를 다 검사할 수 없으니까 표본을 뽑아서 검사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면서 “의심농장 역학 조사 때 표본 수를 훨씬 늘려야 된다. (정부가) 국제기준에 따라 하고 있으나 더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우 교수는 해외 축산물 불법 유입 금지와 함께 외부에 음식물을 남겨놓아서는 안 된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우리 환경 내에 있는 바이러스가 멧돼지로 넘어갈 수 있다. 일단 멧돼지로 넘어가면 통제할 수 없는 권역으로 질병이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이 자유로운 멧돼지가 음식물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디로 확산될지 예측조차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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