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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서 5번째 돼지열병… 정부 방역라인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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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서 5번째 돼지열병… 정부 방역라인 뚫렸다

입력
2019.09.24 17:38
수정
2019.09.24 23: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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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관리지역 바깥서 첫 확진, 뒤늦게 전국 48시간 이동중지 재발동

발병 농장들에 같은 차량 방문 확인… “안이한 방역, 사태 키워”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경기 김포시와 파주시에서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데 이어 24일에는 인천 강화군에서 다섯 번째 발생 농장이 나왔다. 강화군은 방역당국의 중점관리지역을 벗어난 곳이라 정부 방역대가 뚫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발병 농장들에 같은 차량이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동제한조치 조기 해제 같은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초 발병 8일이 지나서야 방역 강화 대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인천 강화군 소재 양돈농장에서 혈청검사를 하던 중 의심 사례를 발견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애초에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했던 경기 북부 6개 시군(파주 연천 김포 포천 동두천 철원) 바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의심 신고가 접수됐던 경기 파주시 적성면 양돈농가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농장은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경기 연천군 농장에서 6.9㎞ 떨어져 있으며 돼지 2,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돼지열병의 잠복기가 통상 4~19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1주일 여 사이 연달아 발생한 돼지열병의 바이러스는 정부가 상황을 인지하고 방역조치에 나서기 전부터 이미 경기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확진 농장 네 곳이 처음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점은 8월말에서 9월 중순 사이로 추정된다. 증상이 나타난 뒤 돼지가 폐사하기까지 걸리는 5~7일까지 감안하면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했을 확률도 높다.

이에 정부의 초기 방역이 너무 느슨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최초 확진 판정이 나자 전국 돼지농장에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내렸지만, 48시간 만에 해제했다. 이후 김포시 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하고 나서야 경기, 인천, 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다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고 이를 다시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 사이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6개 시군에선 지역 내 이동이 허용됐다. 이동중지는 △확진 농장의 반경 10㎞ 내 농장 △차량 역학관계가 있는 농장에만 적용됐는데,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농장에선 차량 및 돼지 이동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특히 사료나 분뇨를 나르는 차량들이 확진 농장들을 직간접적으로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차량이 바이러스 매개체 역할을 했을 거란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2차와 3차, 4차로 돼지열병이 발생한 농가들이 모두 1차 발생 농가와 ‘차량 및 도축장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미 바이러스가 전파된 농장을 제대로 걸러내지도 못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고양시 농장은 연천군 농장과 도축장 역학관계가 있어 발병 3일 전인 20일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방역당국은 발생농장과 가깝거나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 326곳에서 채혈검사를 실시해 모두 ‘음성’ 판정을 내렸는데, 이중에서도 향후 돼지열병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의 모든 돼지가 아니라 역학 농가는 8마리, 10㎞ 내 농가는 16마리씩 검사하고 있어, 음성이 나왔더라도 돼지열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최초 확진 후 1주일이 지났지만 발생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발생 농장들이 잔반(남은 음식)을 먹이지 않고, 멧돼지와의 접촉을 차단해 와 방역당국은 이렇다 할 시나리오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계부처간 엇박자도 눈에 띈다. 이날 오전 농식품부 관계자는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퍼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답했지만, 비슷한 시각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평안북도 북부에서 돼지가 전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확진 판정이 나오자 “야생 멧돼지 전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사전에 선을 긋기도 했다.

부실 대응 논란이 일자 정부는 발생 8일 만인 이날 추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전국 돼지농장, 출입차량, 도축장 등을 대상으로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하고 중점관리지역을 경기, 강원, 인천시로 확대했다. 또 중점관리지역을 다시 4대 권역으로 나눠 다른 권역으로의 이동 및 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범정부 방역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무총리가 그간 방역 조치가 충분치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질책했다”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신속한 선제적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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