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의총서 “말이 안 나오는 상황”
검찰 고발 카드에 “집권여당 포기하나” 지적도
검찰 수사망이 조국 법무부 장관 본인을 향해 바싹 조여들자, 더불어민주당엔 강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당 지도부는 24일 검찰개혁 필요성을 거듭 거론하는 한편, 피의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을 고발하는 방안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를 압도한 곤혹스러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의 모두발언에서 묻어났다. 무거운 표정으로 나타난 이 대표는 “정말로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 왔다. 현직 법무장관 집을, 그것도 11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하는 상황”이라는 말로 입을 뗐다. 이 대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참 어이가 없다”며 “지금 온 세상이 검찰에 의해 모든 게 말려드는 정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이제 (검찰) 본인들도 수습해야 하고 정부도 수습해야 하고 당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왔는데, 수습 자체가 쉽지가 않을 엄중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가 조 장관을 둘러싼 국면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무겁게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조 장관 임명 전인 지난 달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흔들림 없는 조국 수호’를 주문했던 것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당이 이제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조국 지키기’ 당론 재검토를 주문했다. “조 장관을 향한 비판적 의견들을 외면하지 말고 출구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소수 의견이었다. 의총 결론은 ‘검찰 수사와 드러나는 사실 관계를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에 수렴했다. 의총이 끝난 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는 언급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검찰 고발 카드’까지 흔들며 검찰을 거듭 압박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심각한 위법 행위를 수정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고발을 국회 법제사법위 의원들을 통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수사 압박용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에게 (우리가) 외압을 한다고 볼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영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 고발은) 집권 여당임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대해 고발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검찰을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이 검찰을 조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당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긴 하지만, 고발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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