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리그 팀을 3부리그라 부르지 못하는 한국축구의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고, 내년부터 1부~7부리그까지의 디비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대한축구협회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내축구 3부리그로 여겨지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의 일부 구단들이 독립법인화가 어렵단 이유로 ‘이대로라면 내년 K3리그 참가가 어렵다’는 의사를 전하면서다. 이미 K3리그 참가 쪽으로 방향을 잡은 구단들도 여럿 있어 내년 내셔널리그도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3리그 불참 시 사실상 ‘전국체전 전용’ 축구단으로 남거나 최악의 경우 해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협회가 추진중인 3부리그 및 4부리그 재편 작업이 일부 실업축구팀의 불참 의사로 진통을 겪고 있다. 본보 취재결과 현재 FA컵 4강에 올라있는 대전코레일을 포함한 복수의 팀이 내년 K3리그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담은 공문을 최근 내셔널리그에 보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정몽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3부, 4부리그의 재편 작업을 포함해 1부에서 7부에 이르는 성인 디비전시스템이 목표대로 2023년에 완성될 수 있도록 정성을 쏟겠다”고 밝혔지만, 실업팀들의 반응이 신통찮은 모습이다.
구단들이 주장하는 K3리그 최대 진입장벽은 ‘클럽라이센싱 규정’ 충족 불가다. 협회의 3~4부 클럽라이센싱 관련 클럽의 지배구조 및 인사ㆍ행정기준 기준에 따르면 모든 구단은 독립된 법인 형태로 운영돼야 하는데, 대부분 공기업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구단을 직접 운영하는 실업축구팀 구조상 당장 독립법인화 하긴 어렵다는 게 일부 구단들 주장이다.
이를 두고 구단들은 “독립법인화를 필수로 명시한 클럽라이센스 규정을 변경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협회는 “법인화는 구단의 의지 문제”라고 맞서는 상태다. 대전코레일 축구단 관계자는 최근 본보와 통화에서 “코레일에서 운영하던 축구단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면 모기업으로부터 충분한 운영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생기는 등 여러 걸림돌이 많다”고 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일부 구단들도 대체로 지자체의 재정지원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K3~K4리그 참가신청일(9월 30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이날까지 참가신청서를 낸 팀은 한 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천안시청과 경주한국수력원자력 등 일부 구단만 K3리그 참가 신청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김대업 대한축구협회 K3팀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내년 참가가 어렵다고 선언한 곳은 한 곳도 없다”며 “일단 30일 까지 서류 접수를 기다려본 뒤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일부 시청팀은 법인화를 마친 상태”라면서 “K3리그 참가신청 후 법인화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줬기에 구단의 의지가 있으면 (법인화는)다 가능하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불참 구단들의 미래다. 천안시청 등 독립법인화를 마치거나 추진중인 일부 내셔널리그 구단은 내년 K3~K4리그에 참가할 방침을 정하면서, 내셔널리그가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K3리그 불참 구단이 사실상 전국체전만을 위한 구단으로 남거나 최악의 경우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게 축구관계자들 우려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27일 협회를 방문해 구단 의사를 단호하게 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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