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ㆍ변호인 의견 엇갈려… 檢, 구체화한 영장 다시 청구해 지체
檢, 최근 압수수색 적법성 논란 많아 시간 지연되도 안전한 길 택한 듯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에 11시간이 걸린 것은 영장에 적시된 압수수색의 범위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이 있는 법무부 수장과 그를 겨누는 검찰이 벌써부터 법리 공방의 기 싸움에 돌입한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2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약 11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디지털 정보가 많고 수색 범위가 넓어 사전 준비에만 1시간 이상 걸리는 사무실 압수수색과 달리, 자택 압수수색은 통상 2~3시간이면 끝난다. 예상 외로 압수수색이 길어지자 현장에서는 “자택에 금고가 있었으며 비밀번호를 파악해 금고를 여느라 11시간이 걸렸다”는 소문이 까지 돌았다. 수색이 끝난 뒤에는 “검찰이 탈탈 터는 먼지떨이 수사를 한다” “일부러 집행 시간을 늘려 망신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여권 주변에서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24일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다려 달라는 가족의 요청이 있어 변호인들이 참여할 때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사 입회 이후에는 영장에 적힌 압수물의 범위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검찰이 증거물로 판단, 압수하려던 대상에 대해 변호인 측이 “영장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압수물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한 영장을 법원에 다시 청구해 심사를 거친 뒤 추가 영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절차는 총 두 차례나 진행됐다. 영장 집행 시간 가운데 대부분이 영장을 새로 청구하고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데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추가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장기간 압색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변호인의 요구를 수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서초동에서 개업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변호인 측이 기소 이후 재판정에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증거 배제를 주장하는 경우를 대비해 다소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필사적으로 추가 영장을 받는 안전한 길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최근 들어 압수수색 집행의 적법성을 매우 깐깐하게 판단하는 경향도 검찰의 신중한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이다. 실제 법원은 지난 6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일부 서류가 별건 압수수색에 의한 위법수집 증거”라고 결론 내린 뒤 무죄를 선고했다.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유출 문건 47건 중 33건은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아니라고 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붙는 주요 사건은 압수수색의 적법성부터 따지는 것부터 첫 재판이 시작된다”며 “최근의 판결의 추세와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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