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쇼팽과 슈만’ 발매… 다음달 28일부터 전국 리사이틀
쇼팽(1810~1849) 스케르초 4번의 마지막 음을 울린 그의 얼굴에서 적잖은 설렘이 읽혔다. 평생 동반자이자 자신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쇼팽이지만, 그는 “다시 쇼팽 스케르초를 공부하면서 열정이 되살아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8년 만에 새 앨범 ‘쇼팽과 슈만’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임동민(39).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문화공간 스트라디움에서 만난 임동민은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스케르초 4번을 연주한 뒤 “앨범과 리사이틀을 위해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쇼팽 곡을 연주해 왔지만, 해석에 꽤 많은 변화가 있다고 느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동민과 쇼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임동민은 열여섯 살이던 1996년 국제 영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쥔 이후 2005년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콩쿠르 3위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 두 번째 앨범에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등을 담았고 이번 앨범에 역시 쇼팽의 스케르초 4곡이 수록됐다. 다만 임동민은 “쇼팽 곡에 대한 해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 선생님은 젊었을 때는 열정적으로 쳤다가 이후 사색적으로 변주했고 60대에 들어서 다시 열정적으로 돌아왔다고 하시더라”며 “저 역시 열정에서 섬세함으로, 다시 열정으로 접근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동민은 이번 앨범에 슈만(1810~1856)의 곡을 더해 음악의 대비 효과를 냈다. 앨범뿐만 아니라 리사이틀에서도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선보인다. 슈만에게 아내 클라라가 보낸 편지 내용 중 ‘나는 당신에게 어린애처럼 보이는 때가 많은 것 같다’는 문구에서 영감을 받은 피아노 모음곡으로, 어린이의 호기심과 즐거움이 표현돼 있다. “쇼팽의 스케르초는 효과가 많이 삽입돼 화려한 데다 감정적으로도 여러 면모가 있어 연주자로선 표현하고 싶은 갈망이 생기는 곡이죠. 슈만의 ‘어린이 정경’은 순수한 감수성과 심오한 면면이 드러나는 곡이기에 쇼팽 곡과 대조되고요. 두 세계를 한 앨범에서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임동민은 10여년간 계명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가로서는 드물게 최근엔 음대생들이 운영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쇼팽 곡을 레슨해주는 모습을 보여 줘 호평받기도 했다. 그는 “아직은 선생님으로 나섰을 때의 보람은 찾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다만 실력 좋은 학생들과 함께할 때면 연주보다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임동민은 지난 8년간의 공백기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3번의 공백기를 거치며 길게는 12년간 쉬었던 일화, 밴 클라이번이 40대에 연주를 접고 60세가 넘어서야 다시 무대로 돌아온 옛일을 들려주면서다. “장기 계획보다는 지금 닥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내 6개 도시에 이어 내년까지는 중국, 미국에서 무대를 꾸리는 데 집중하려고요. 리사이틀에서 어떤 연주를 할 거냐고요. 사실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저 음악은 음악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밖에는요.” 임동민의 리사이틀은 다음 달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광주, 경기 고양시, 대구, 인천, 경남 통영시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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