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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성’과 민부론(民富論)

입력
2019.09.24 18:00
수정
2019.09.24 18: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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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최근 경제정책 보고서 명칭인 ‘민부론(民富論)’은 왠지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명칭만 보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ㆍ반정립)를 지향하는 것 같은 데, 국부론 자체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243년 전인 1776년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부론에서 경제 번영의 최적 시스템으로 상정된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는 현대에 들어와 사회주의 대두 등을 거치며 끝없는 보완과 개량을 이미 거쳐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물론 민부론이 새삼 국부론과 맞서겠다는 건 아닐 것이다. 민부론이 겨냥하는 상대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때부터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자유시장경제의 부작용으로 대두된 심각한 부의 양극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성장과 기업 중심으로 국가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게 전통적 경제정책이었다면, 정책의 초점을 분배와 가계로 돌림으로써 서민들에게 ‘성장의 과실’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게 하려고 했다.

□ ‘큰 정부’를 지향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도 확대됐다. 경영 규제 및 공정거래 강화, 최저임금 과속 인상, 근로시간 단축, 실질 증세 등이 추진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초라하다. 몇몇 기업을 제외한 업계 전반은 깊은 늪에 빠진 듯 활력을 잃었고,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일부 서민들은 최저임금이나 복지 확대로 혜택을 봤을지 모르지만, 실직한 서민과 자영업자, 중산층의 체감 피해는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나라 경제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1%대를 오가는 형편이다.

□ 민부론은 소주성을 실패로 규정하고 또 한 번의 정책 전환을 약속하고 있다. ‘큰 정부’ 대신 ‘작은 정부’로 가고, 다시 민간이 중심이 되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며, 증세 대신 감세로 경제활력을 살리겠다는 게 골자다. 친(親)노동정책도 수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소주성의 반대가 무조건 좋은 건 결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소주성에 대한 비판 역시 전면 부정이 아니라 경직된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였다. 따라서 민부론이 또 다른 극단으로 치달을까 걱정이다. 국민은 화려한 구호보다는 신뢰받을 만한 유능한 대안세력으로서 보수의 진정한 개편을 더 바라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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