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 당선무효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24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회장 선거에 함께 나갔던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에게는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보다 감형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위탁선거법은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과 최 전 조합장은 회장 선거를 앞둔 2015년 12월 “결선투표에 누가 오르든 3위가 2위를 도와주자”고 약속했다. 이후 김 회장이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자 최 전 조합장은 결선 투표 당일 김 회장을 찍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대의원들에게 보냈고, 투표장을 함께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회장은 기고문이 실린 신문을 대의원들에게 발송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이 억제하려는 혼탁ㆍ과열 선거 양상이 나타났다”면서 “김 회장이 선거운동 범행에 모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구 위탁선거법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2017년 개정돼 선거일 당일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자신의 소견을 발표하는 행위가 추가로 허용됐다”면서 “김 회장의 유죄 부분 중 상당 부분이 이와 관련된 부분이라 가벌성을 그리 높게 볼 것은 아니”라고 봤다. “선거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면서 기고문 게재 및 발송 행위를 무죄로 판단했고, 위탁선거법에 따라 치러진 첫 선거라 새로운 선거문화가 제대로 정립되기 전이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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