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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先 실무협상 진전론’…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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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先 실무협상 진전론’…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신중

입력
2019.09.24 17:01
수정
2019.09.25 00: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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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서 무엇이 나올지 알고 싶어” 北 비핵화 결단 압박

대북 제재완화 새로운 입장 없어, 실무협상 재개해도 험로 예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실무 협상에 무게를 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북한의 핵심 요구 사안인 제재 완화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상당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지켜볼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데, 나는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나올 것인지 알고 싶다”며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언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곧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사전에 알고 싶다’는 취지의 이 같은 언급은 3차 정상회담은 실질적 성과가 담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논의의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달리 보면 북미간 실무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3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북미)는 합의를 할 수 있고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알다시피 제재 완화는 없었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제재는 증가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하게도 인질들과 영웅들의 유해가 돌아왔다.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고, 관계는 매우 좋다”며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다”며 “우리가 할 수 있다면 훌륭하겠지만, 우리가 할 수 없더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다”고 거듭 말하면서도 “핵실험은 오랫동안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제재가 유지되고 핵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 없다는 기존의 속도조절론과 맞닿은 발언이다.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북한의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함의가 깔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특별한 것이 아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전쟁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다”는 주장도 재차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새로운 방법’을 거론하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면서 실무협상 재개가 탄력을 받는 듯한 기류가 형성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론에 무게를 두면서 북미 간 줄다리기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는 북미 간 핵심 쟁점인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한의 요구 사항 중 체제 보장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이고 유연한 메시지를 보여왔지만 제재 문제에 대해선 ‘확실한 비핵화 조치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 후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도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대해선 “개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북미 간 실무협상 시 실질적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강산 및 개성 공단 재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해 제재 완화의 각론은 아예 꺼내지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무 협상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제재에 강경한 참모들을 제치고 트럼프 대통령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북한이 제재 문제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실무 협상에 선뜻 나설지 미지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와 관련해 진행된 ‘종교의 자유보호를 위한 국제적 요구’행사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표적인 종교 박해 국가들을 거론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마찬가지로 북한 관련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 종교활동에 대한 가혹한 처벌과 구금 등을 이유로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되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등이 일제히 북한을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의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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