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신인왕 레이스가 싱겁게 끝날 분위기다. 유력한 후보였던 원태인(삼성)이 시즌을 일찍 마감한 가운데 김태진(NC)과 전상현(KIA)이 분전하고 있지만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우영(LG)에게 표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필승조로 이름을 각인시킨 정우영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팀 기여도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정우영이 최종 승자가 되면 LG는 1997년 이병규(LG 코치) 이후 22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하게 된다.
그러나 경쟁 구도가 사라지면서 다소 맥이 빠졌다. 한때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원태인의 하차가 아쉽다. 올해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원태인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6경기에 등판해 4승8패 2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하지만 8월 이후 급격하게 부진의 늪에 빠졌다. 8월 3일 LG전부터 지난 8일 NC전까지 6경기에서 승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0.54에 그쳤다. 결국 지난 1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원태인은 이대로 올 시즌을 마치기로 했다.
원태인이 빠진 이후 KIA의 전상현에게도 관심이 모아졌다. 올 시즌 55경기에 불펜으로 등판해 58.2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 중이지만 비슷한 성적이라면 팀 성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정우영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우영은 54경기에서 64이닝을 던지고 4승6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 중이다.
불펜이라는 보직 자체도 주목을 끌기 어렵다. 홈런이나 안타, 승리나 세이브처럼 성적이 확 와 닿지 않는다. ‘순도’ 면에서도 시즌 초ㆍ중반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게 사실이다. 고졸 신인으로 LG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한 정우영은 7월 초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지만 이후 조금씩 지친 기색을 드러내면서 2점대와 3점대를 오갔다. 2000년대 이후 신인왕을 수상한 불펜 투수들(2002년 조용준, 2005년 오승환, 2007년 임태훈, 2009년 이용찬)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 게다가 지난 2년 KBO리그를 휩쓴 ‘대형 루키’ 이정후(키움), 강백호(KT)와도 비교될 수밖에 없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영광의 신인왕 레이스이지만 여러 모로 주목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