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우월주의에 안주해온 진보
학력자본 축적으로 기득권 쥐게 돼
계급이 된 현실 인정이 진보개혁 시작
조국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을 넘어 리스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덮쳤다.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은 고스란히 위험을 떠맡게 되었다. 촛불에 참여한 다수의 지도자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지도자로서의 결정은 분열을 유발한다. ‘국민 여러분’을 내세운들, 아니 그 말을 내세울수록, 말은 공허하게 울리고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위험은 대통령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진보라 자칭하며 상징적 권위를 쉽게 얻었던 ‘자칭 진보ᆞ좌파’는 최대의 위험을 맞이하고 있다. 조국을 비호하던 민주당과 거기 발맞춘 정의당은 나쁜 기득권계급에 대해 분노하는 다수의 상식을 무시했다. 야당일 때만 정의와 불평등을 외치면 무슨 소용인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를 유지하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수사를 시작하자, 여당은 ‘정치 검찰’이라 비난했다. 졸렬하다.

그런데 ‘자칭 진보’는 어떻게 나쁜 기득권이 되었을까? 일단 상대적 도덕성의 아이러니가 있다. 보수 쪽에서 주장하듯 자칭 진보가 그들보다 더 나쁘지는 않다. 상대적으로는 낫다. 그런데 상대적 도덕성에 대한 자칭 진보의 집착이 강해지면서 그것은 정파적 집착이 되어버렸고, 조국의 나쁜 기득권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보수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 최소한 ‘차선책’ 역할을 했던 자칭 진보의 상대적 도덕성은 결국 자신을 파괴했다. 타자의 흠에 의존하여 자신을 착하다고 인식하는 도덕성은 애초에 한계가 있었는데, 거기 안주한 결과다.

사태의 다른 핵심은 자칭 진보가 어느새 기득권계급이 되었고, 거기 더해 나쁜 기득권이 된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냥 개인들의 위선 때문일까? 아니다. 그들이 민주화과정에서 기여하며 상징적 기득권을 누린 것은 그럴 만했다. 그런데 그들은 점점 저소득층 노동자와 서민을 떠나 기득권계급이 되었고 좌파의 정신을 놓아버렸다. 어떻게? 고학력과 고학벌이 고소득으로 이어지면서 자칭 진보 상당수는 경제적 기득권계급에 속하게 되었다. 교육을 통해 인적ᆞ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사회 과정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일반적이었는데, 특히 프랑스 미국 한국에서 심하다. 좌파가 우파 못지않게, 또는 더 심하게 교육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것이다. 실제로 자칭 진보 상당수가 사교육시장에 진입했고 강남스타일이 되었다. 결국 우파와 좌파의 구별보다 계급 구별이 더 중요해진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론 좌파가 기득권이 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지식의 경제적 효과의 결과이고, 좌파만 그런 건 아니니까. 그러나 보수든 진보든 나쁜 기득권은 큰 문제다. 지금 교육이 왜 지옥인가? 기득권계층은 나쁜 짓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학력자본을 축적하기 쉽다. 그런데 거기 더해, 나쁜 짓을! 하물며 자칭 진보가!

나는 지방선거에서 녹색당과 정의당(및 그 전신)을 몇 번 지지한 것을 빼면 모두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젠 접는다. SBSᆞ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이 38.5%로 민주당의 31.3%를 제치고, ‘1당’이다. 정치 무관심층일까? 천만에! 한국당은 아니어서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이제 그들에게도 실망한 사람들이다. 보수와 진보의 나쁜 기득권을 모두 거부하는 ‘중도’는 그저 부동층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착각이다. 상당수는 앞으로 우파든 좌파든 나쁜 기득권을 거부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지지층의 정파적 태도가 노무현의 실패에서 학습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지지층을 거스르는 정치를 해서 실패했으니, 이젠 거꾸로 한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지지층 이탈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혼동하지 말자. 지금 핵심은 자칭 진보가 지식과 학력을 통해 기득권이 되었다는 데 있다. 나쁜 짓을 안 해도 지식자본은 기득권을 재생산하니,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에 진보는 계급을 비판했지만, 지금 상당수는 그 일부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겸손뿐 아니라 개혁의 시작이다. 그런데도 계속 나쁜 기득권을 옹호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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