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그림과 가발 등을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3일 북중 국경도시 현지 르포를 통해 유엔 제재 탓에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소개했다.
국경지역 중국 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 수출입사업을 하는 40대의 중국인 남성은 최근 평양에 있는 메이커 간부에게서 “노동력은 얼마든지 있으니 계속 주문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메이커는 6개의 공장에 수천명의 종업원이 있으나 경제 악화로 노동력이 남아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주력 상품은 제재대상이 아닌 경공업 제품이다. 가발과 붙이는 속눈썹 등은 중국에서 인모나 인공모 등의 원자재를 보내 북한 노동자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가발은 한사람이 하루 1.5개밖에 만들지 못할뿐더러 납품가격은 개당 14위안(약 2,350원)으로 얼마 안되지만 북한으로서는 귀중한 외화 수입원이라고 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북한의 작년 가발 등의 수출은 전년 대비 159.3% 증가했다.
그림도 주력 수출품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은 미술대학 출신들을 솜씨에 따라 등급을 매겨 수출품으로서의 그림 제작에 나서고 있다. 비록 만수대창작사는 2016년 유엔의 제재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이후에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 대한 수출용으로 풍경화나 동물 그림을 계속 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수대창작사에서는 800여명의 사원이 1인당 월 5장 정도를 그린다. 화가의 수입은 그림 1장당 평균 800위안(약 13만4,360원)으로 월 수입이 4,000위안(약 67만1,800원) 정도라고 한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복수의 회사를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림은 훈춘(琿春) 등 국경지대의 중국 거리나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다.
단둥시에서는 한 중국인 화랑경영자가 내년 개점을 목표로 새 화랑 오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단둥시에는 북한 그림을 취급하는 대형 화랑이 10개 있으며 계속 증가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판매가격은 장당 수천~수만 위안으로 중국 작가 작품의 10분의 1 이하지만 작품의 수준은 매우 높다는 것이 현지 화랑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유엔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의 2018년 무역액은 전년대비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95.8%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주력 수출품이던 석탄 수출액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주민의 생활은 매우 어렵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7월에 평양을 다녀온 랴오닝성에서 건축업을 하는 중국인 남성은 “거리 중심부의 도로가 파손돼 있고 건설이 중단된 주택도 다수 보았다”면서 “거리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 마른 사람뿐이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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